'물 갈등' 키르기스·우즈베크 국경 조정 합의…시민들 반발
키르기스, 영토확장 대가로 댐 통제권 넘겨…중앙아서 국경·물 갈등 빈번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접경지 댐 통제권을 변경하는 국경 조정 협정에 합의하자 키르기스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키르기스와 우즈베크 당국은 지난달 키르기스 서쪽과 우즈베크 동쪽 접경지역 경계 조정을 위한 협정 초안에 서명했다.
해당 협정에 따라 키르기스는 이곳 접경지역에서의 자국 영토를 150㎢가량 확장하는 대신 이 지역에 있는 켐피르-아바드 댐 통제권을 우즈베크에 넘기기로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키르기스 언론인과 군 장성, 전직 검찰, 시민 활동가 등이 우즈베크에 댐 통제권을 넘기는 것에 반대하는 단체를 결성했으며 지난 24일 수도 비슈케크에서 규탄 시위도 벌였다.
300명가량이 모인 당시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거리를 행진하며 "저수지는 우리 것"이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키르기스 당국은 시위에 가담한 언론인 등 20명을 폭동을 조직한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향후 2달간 구금될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기스와 우즈베크 등 옛 소련의 일원이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소련 붕괴 후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국경선 문제뿐만 아니라 부족한 수자원 문제를 두고도 수십 년간 갈등을 빚어 왔다.
키르기스 당국이 통제권을 넘기기로 한 켐피르-아바드 댐도 옛 소련 시절에 건설된 것이다.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 대통령은 "우즈베크가 댐의 통제권을 얻게 되지만 우리도 여전히 평등하게 이 수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4∼17일 키르기스와 타지키스탄 접경지역에서는 국경 문제로 양국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해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양측은 무력 분쟁 재발 방지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접경지인 키르기스 서남부와 타지크 북부 국경 지역에 다시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긴장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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