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우주정거장에 온실가스 배출원 찾는 '매의 눈' 있다
NASA "세계 50여곳서 '초강력' 메탄 대량방출 확인"
중앙아·중동·미 남서부 가스전·매립장·농업시설 등 포착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6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한 관측장비를 이용해 지표면에서 강력한 온실가스 '메탄'을 대량 방출하는 슈퍼 배출원(super emitter) 50여 곳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NASA 연구팀은 지난 7월 ISS에 새로 설치한 '지구 표면 광물 먼지 근원 조사'(EMIT) 장치로 중앙아시아와 중동, 미국 남서부 등에서 메탄가스를 대량으로 내뿜고 있는 슈퍼 배출원 50여 곳을 확인했다.
EMIT는 사막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에 반사된 빛을 파장을 분석, 성분과 발생원을 확인하고 이런 먼지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제작된 장치다.
420㎞ 상공에서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도는 ISS에 장착된 EMIT는 수㎞ 넓이의 지표면을 관측할 수 있고 축구장 정도로 범위를 좁혀 관측할 수도 있다.
이 장치를 설계 제작한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팀은 메탄은 독특한 패턴으로 적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에 EMIT가 쉽게 감지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설치 후 지금까지 EMIT가 수집한 관측자료를 분석, 메탄 슈퍼 배출원들을 확인했다며 대부분이 유전이나 가스전 같은 화석연료 시설, 매립장 같은 폐기물 시설, 농업분야 시설 등이라고 설명했다.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으로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 시 대량 배출되며, 유기물이 부패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기 때문에 쓰레기 매립지나 논 같은 농경지, 습지 등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CO₂)보다 열을 저장하는 능력이 80배 이상 커 적은 양으로도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온실가스다. 하지만 수백 년 간 대기에 머무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메탄은 10여 년 만에 없어지기 때문에 배출량을 줄이면 빠르게 온난화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JPL의 메탄 연구자인 앤드루 소프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메탄 배출원 중 일부는 그 크기가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큰 것에 속한다"고 말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확인된 메탄 슈퍼 방출원은 석유·가스 생산시설로, 12개의 메탄가스 기둥이 확인됐으며 일부는 가스 기둥 길이가 32㎞가 넘었다.
연구팀은 이곳에서 방출되는 메탄가스의 양은 시간당 5만400㎏에 달한다며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메탄가스 누출로 꼽히는 2015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알리소 캐니언 가스전 분출과 맞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EMIT가 단기간 관측으로 50여 개의 메탄가스 슈퍼 배출원을 확인한 만큼 관측 범위와 횟수를 늘어나면 훨씬 많은 메탄가스 배출원을 찾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JPL의 EMIT 연구책임자 로버트 그린 박사는 "EMIT는 지구 조사를 계속하면서 이전엔 아무도 온실가스 배출원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한 곳을 관측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메탄가스 기둥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