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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에 42세 인도계 엘리트 수낵 전 재무장관(종합)
단독 후보로 경선없이 당선 확정…모돈트 원내대표도 불출마 선언
'감세안 충격' 극복, 분열된 보수당 재건 등 과제 산적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42세 인도계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영국의 새 총리가 됐다.
영국 보수당 대표 및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 마감일인 24일(현지시간)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리시 수낵 전 장관은 단독 후보로서 총리 선출을 확정지었다.
리즈 트러스 총리가 취임 44일만에 사임을 발표한지 나흘만이다.
보수당 선거를 주관하는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의회에서 후보 한 명만 출마했다면서 수낵 당선을 선언했다. 현장에 모인 의원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모돈트 대표는 이날 후보등록 마감인 오후 2시 직전에 자격요건인 지지의원 100명을 채우지 못했다고 밝히고 수낵 내정자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미 전날 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먼저 총리직에 재도전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수낵의 당선은 유력해졌다.
존슨 전 총리는 지지명단이 102명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후보 자격에 필요한 100인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중도하차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모돈트 의원은 전날 밤까지 30명을 넘기지 못했다.
수낵 총리 내정자는 금명간 찰스 3세 국왕을 알현한 뒤 정식 취임한다.
수낵 내정자는 영국 첫 비백인이자 취임 당시 44세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토니 블레어 전 총리보다도 어린 나이에 총리직에 오르게 됐다. 역사상 210년 만에 최연소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영국 첫 힌두교도 총리이기도 하다. 부인은 인도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이다.
수낵 내정자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금융인 출신이다. 명문 사립고를 나와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PPE)를 공부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했다. 이후 금융가에서 일하다가 201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했으며 테리사 메이 내각에서 첫 정부 직책을 맡았고 2020년 2월엔 존슨 내각의 재무장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코로나19 때 유급휴직 제도 등으로 과감하게 지원해 경제 사회 충격을 상당히 흡수했다는 호평을 받고 차기 총리 주자로 도약했다.
이후엔 법인세율과 소득세격인 국민보험(NI) 분담금률을 높이는 등 증세에 나섰다. 코로나19 때 진 빚을 갚고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무상의료체계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과부하를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는 현실을 똑바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지난번 당 대표 및 총리 선거 때는 먹히지 않았다. 그는 원내 경선에선 1위였지만 전체 당원 투표에서는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은 트러스 총리에게 밀렸다.
존슨 전 총리 사임을 촉발한 인물이라는 점도 당원들에겐 부정적으로 인식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낵 내정자는 일단 트러스 총리가 남긴 후유증을 수습해야 한다. 트러스 총리는 50년 만에 최대규모 감세안으로 금융시장을 뒤흔든 뒤 이를 번복, 혼란을 초래한 끝에 민심 이반을 초래하며 결국 최단명 총리 불명예를 안고 퇴진한다.
당장은 10월 31일로 예정된 예산안과 중기 재정전망 발표에 관해 정리해야 한다. 예정대로 할지, 증세와 지출삭감을 어떻게 할지 어려운 결정이 필요한 일이다.
일단은 금융시장 반응은 호의적이다. 수낵 내정자의 총리 선출이 유력해지자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파운드화가 상승했다.
수낵 내정자는 분열된 보수당을 통합하고 재건해서 2024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존슨·트러스 내각을 거치면서 보수당은 지지율이 노동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집권 1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상태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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