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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2년 최대 위기 英 보수당…브렉시트 딛고 재건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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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2년 최대 위기 英 보수당…브렉시트 딛고 재건 성공할까
지지율 19%로 추락, 노동당과 격차 계속 벌어져…조기총선 압박 거세
브렉시트 후 당 분열 심화, 총리만 5명째…존슨·트러스 거치며 신뢰 추락
당내 통합·지지율 제고 통해 총선 승리 불씨 살리는 게 급선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집권 12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영국 보수당이 리시 수낵을 간판으로 내세워 당을 재건하고 다음 총선에서 다시 승리할 수 있을까.
난파선과도 같은 보수당의 선장으로 구원 등판한 수낵 총리로선 취임과 함께 중대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보수당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당 대표 및 총리만 5명 갈아치우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다. 여기에 존슨·트러스 시대를 거치며 야당인 노동당에 지지율이 뒤집힌 데 이어 추락세가 가속하며 격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수낵호'가 트러스 충격 등을 이른 시일 안에 수습하고 경제를 성장궤도에 올려두지 않으면 조기 총선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브렉시트 투표 후 총리 5명…당 분열 심화
2016년 브렉시트 투표 후 보수당 대표를 겸하는 영국의 총리는 길어야 3년을 버텼다.
EU 잔류를 주장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 브렉시트가 가결되자 물러났고 이어 취임한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브렉시트 파고를 넘지 못하고 등 떠밀려 나갔다.
메이 전 총리는 EU와 완전 결별을 원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와 EU 탈퇴에 따른 혼란 최소화를 바라는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이어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브렉시트 완수를 내걸고 2019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보수당 기반은 확고해지는 듯했다.
EU와 합의 없이 브렉시트가 이뤄지는 '노딜 브렉시트' 위기가 있었지만 존슨 총리는 미래 합의를 이뤄냈다면서 "재정과 국경, 법, 통상, 수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에 대한 미봉책식의 합의로 인해 브렉시트가 실행되자 바로 곳곳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브렉시트 협정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과 관련해 북아일랜드에서 통합파들이 불만을 품으며 정치 사회가 불안정해졌다. 그러자 영국은 EU에 재협상을 요구하며 각을 세웠으나 EU는 국제법을 준수하라며 맞섰다.
더욱이 브렉시트가 코로나19 후 공급망 문제와 겹치면서 영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일손 부족, 물가 상승 등이 더 크게 나타났다. 브렉시트주의자들의 선전과 달리 경제 규모는 축소되고 외국 투자는 위축됐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존슨 전 총리가 '파티게이트'로 신뢰를 상실하자 보수당 의원들이 대거 들고일어나 그를 내몰았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모델로 '철의 여인'을 꿈꿨던 후임 리즈 트러스 총리는 감세를 통한 성장을 부르짖으며 보수당의 전통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고 물러나게 됐다.
그는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영국발 금융위기 우려를 일으키는 등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놨다. 트러스 총리는 특히 경쟁자인 수낵 측 인사를 내치고 지지자들로만 내각을 구성하면서 당내 갈등을 더 자극했다.
◇노동당 지지율 56%…조기 총선 압박 거세
제1야당인 노동당은 보수당이 더는 나라를 이끌어갈 능력이 없다면서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않고 극소수 보수당원들만의 결정으로 국가 수장을 계속 뽑는 방식은 옳지 않다는 점도 쟁점화하고 있다.
수낵의 총리 내정 이후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앤절라 레이너 노동당 부대표는 "수낵은 노동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며 "영국의 미래에 관해 유권자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총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가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20∼21일에 한 설문조사에서 "내일 총선을 한다면 어느 당을 뽑겠느냐"라는 질문에 56%가 노동당을 찍었고 보수당은 19%였다.
열흘 전 조사에 비해 노동당은 5%포인트 올랐고 보수당은 4%포인트 떨어졌다.
2019년 총선에서 대패하고 지리멸렬하던 노동당은 12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 몸을 풀고 있다.
더 타임스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전 노동당 총리인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의회에서는 노동당 예비내각 각료들이 국정운영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싱크탱크 전문가들과 전직 노동당 각료들이 조언에 나섰다.
노동당을 바라보는 외부 분위기도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주 기업 대표 25명이 모여서 스타머 대표의 친환경 정책을 청취한 데 이어 앞으로 더 큰 규모 행사가 예정돼있다. 기부금과 당원 가입도 급증하고 있다.
스타머 대표는 극좌 성향의 전임 제러미 코빈 대표와는 달라 중도적 색채를 띠고 있으며, 최근 잇단 공공 파업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 재투표 추진도 보수당으로선 골치다. 투표가 성사돼서 행여나 스코틀랜드가 떨어져 나가면 그야말로 대재난이다. 그전에도 스코틀랜드의 원심력을 약화하기 위해 계속 씨름을 해야 한다.

◇수낵, 당 통합 후 총선 승리 임무
수낵 총리 내정자는 늦어도 2025년 1월까지 치러야 하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우선 브렉시트 후 분열된 당을 통합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추진에 확고한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그도 당선 일성에서 통합과 안정을 강조했다. 보수당 의원들에게는 당이 존재론적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통합이 아니면 죽음"이라고 경각심을 고취했다.
보수당은 브렉시트와 잇단 총리교체 와중에 여러 갈래로 찢어졌고, 선거 과정에서 승리 확률이 높은 인물로 갈아타는 인사들이 나오면서 수시로 이합집산이 이뤄졌다.
이번에도 존슨 전 총리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졌던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내무장관은 예상을 엎고 수낵 편에 섰다.
수낵이 전체 보수당 의원 357명 중 200명 이상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긴 했지만 해묵은 내부 분열과 갈등이 쌓인 상태에서 당내 통합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당장 넘어야 할 산은 10월 31일로 예정된 예산안이다. 예산안에 담길 지출삭감 계획을 두고 갈등을 잘 조율해야 그다음 단계로 순탄히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트린 전임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안 후폭풍을 추스르면서 경제를 다시 살릴 청사진을 제시해 지지율 추락세를 멈추고 반등의 모멘텀을 확보함으로써 총선 승리의 기틀을 세우는 게 보수당 재집권 플랜을 위한 첫 단추로 꼽힌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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