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라"…이란 여학생들, '강경진압' 전위부대에 들고 일어났다
악명높은 바시지민병대, 가입 대가로 교육·생활비 지원 등 혜택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6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진압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시지민병대에 대해 이란 여학생들이 작심한 듯 항의하는 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이란 중남부 파르스주의 주도인 쉬라즈에서 검은 옷 차림의 여학생들이 연단 위의 남성을 향해 "바시지 꺼져라"라고 외치는 동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왔다며, 이 영상은 진본이라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영국 BBC방송은 이 영상을 보도하면서 쉬라즈에서 촬영됐다는 보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NBC는 연단 위에 서 있는 회색 양복 차림의 남성이 바시지민병대의 구성원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바시지의 정체 및 6주째 계속되는 이란 내 소요 사태 속에서 바시지가 한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NBC에 따르면 히잡을 똑바로 안 썼다는 이유로 이란 당국에 체포됐던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사한 뒤 바시지 비난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여러 건 올라왔다.
바시지민병대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조직으로 2009년 이란 대통령선거 이후 촉발된 시위사태 당시 강경 진압으로 악명을 떨쳤다.
NBC는 바시지에 대해 "2019년 미국 정부에 의해 해외 테러조직으로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말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바시지민병대장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아랍국연구소 알리 알포네 수석 연구원은 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시즈는 무장 청년 조직이면서 이란군으로 복무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초보적인 군사훈련만 받고 무기도 변변찮은 상태로 공중 지원도 없이 지뢰밭으로 돌격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바시지 대원 대부분이 가난하고 보수적 성향의 낙후된 외곽 지역 출신이라며, 상당수는 이념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어떤 특권이나 물질적 혜택을 바라고 이 조직에 가입했다고 덧붙였다.
바시지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고등교육과 함께 생활비 지원, 무료 진료 혜택을 받았으며 안정적 직업을 얻었다는 것이다.
미국 채터누가에 있는 사에이드 골카르네 테네시대 조교수는 그 구성원들은 바시지에 가입하면서 존경과 명예를 얻고 사회적 신분이 높아진 것으로 여긴다면서 "이들의 수는 약 100만 명이며 핵심 요원은 10만 명가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바시지는 평소에도 공원이나 검문소 등 공공장소에서 마치 '도덕 경찰'처럼 행동하고, 대중을 엄격히 감시하면서 이란의 엄격한 종교적 규율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골카르 교수는 이들이 시위에 대응하는 방식과 관련, 거리를 순찰하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해 시위대를 위협하거나 평상복 차림으로 시위대 속에 들어가 주동자를 색출하거나 비디오 영상을 촬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몽둥이나 채찍으로 시위 군중을 가격하거나 총을 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2009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인권 단체들은 이들이 당시 대통령 선거 부정 시비로 촉발된 평화적인 반정부 시위에서 과도한 폭력을 사용했고, 시위자들을 때리거나 군중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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