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 '블랙리스트' 오른 미얀마…환율 급등·주유소 장사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미얀마 고위험국으로 지정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쿠데타 군부 치하의 미얀마가 다시 금융거래 고위험국으로 지정되면서 미얀마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주유소에는 값이 오르기 전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22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전날 미얀마를 국제 금융 고위험국으로 지정했다.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FATF의 고위험국 기존 명단에는 북한, 이란 등이 올라 있다. 고위험국에 올라 있던 미얀마는 2017년 제외됐으나 다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FATF는 고위험국 국가와의 금융 거래는 자금 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등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강화된 조치를 권고한다.
고위험국 기업과 개인은 글로벌 금융 기관과의 거래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무역과 투자 등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미얀마 통화인 짯화의 가치가 폭락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전날 암시장 환율이 달러당 무려 6천짯(약 4천100원)로 2배로 치솟았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무역업을 하는 아웅 투(가명·42)는 "미얀마가 아웅 산 수 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집권으로 FATF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된 지 불과 5년밖에 안 됐는데 다시 올랐다"며 "쿠데타 집단의 잔인함에 이어 무능까지 드러났다"고 개탄했다.
외화 부족 등으로 석유 수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아침부터 주유소에 차량과 오토바이의 긴 줄이 이어졌다.
양곤 노스 오칼라파의 한 주유소에 줄을 선 시민은 "FATF가 미얀마를 다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며 "군부가 석유제품을 살 달러가 곧 없어질 테니 기름부터 사놔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출근길에 주유소를 찾게 됐다"고 했다.
주유소들은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1인당 판매 한도를 2만 짯(약1만3천800원)으로 정해 제한 급유에 들어가면서 오후 들어서는 급유를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더욱 길어졌다.
앞서 지난 4월에도 미얀마 중앙은행이 달러 강제 환전 등 4·3 외환 조치를 발표하자 석유 부족 우려가 커져 주유소가 큰 혼잡을 빚기도 했다.
양곤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메이 뚜(가명·42)는 "주유소 장사진은 현 군정에 대한 불신으로 빚어진 현상"이라며 "군정이 또 어떤 대책을 들고 나올지 이젠 무섭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혼란스러운 경제 상황에도 군정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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