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핵심지위'에 거수 만장일치…참석자 2천300명 박수갈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메이여우"(없습니다)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이 진행된 22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 만인대례당.
시진핑 국가 주석이 중국 공산당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당헌) 개정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자 남녀 목소리로 '메이여우'라는 말이 6번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시 주석이 테이블 앞의 마이크를 당겨 7번째로 메이여우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기권할 사람도 손을 들라고 했지만, 만인대례당에는 메이여우라는 말만 메아리처럼 6번 울려 퍼졌다.
시 주석이 마지막으로 메이여우라고 말한 뒤 당장 개정안이 통과됐음을 선포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로 환영했다.
앞서 시 주석이 당장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며 동의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자 9천671만 명을 대표해 선발된 당원 대표와 특별 초대 대표 등 2천340명이 일제히 손을 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식으로 중앙위원회 업무보고, 중앙기율검사위 업무보고, 당장 개정안 등 3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3건 모두 만장일치였다.
어느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거나 기권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의 의사결정 방식에 혀가 내둘러지는 순간이었다.
현장에 있던 한 서양 기자는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안건 처리를 어떻게 거수로 하느냐"며 연신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고지도부는 물론 군과 경찰 고위 인사 등 중국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밝힐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이게 그들이 '전과정 인민민주'라고 말하는 중국식 민주주의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최근 베이징 한 고가도로에 내걸린 '독재자와 국가의 도적인 시진핑 파면' 등의 글귀가 쓰인 현수막 생각이 교차했다.
당장 개정안에는 이른바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이 명기됐을 것으로 보인다.
표결에 앞서 낭독된 결의문에서 "'두 개의 확립'의 결정적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해 이 사상이 국가 제반 사업 분야의 전 과정에 관철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두 개의 확립'은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및 전당(全黨) 핵심 지위 확립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말한다.
5년 전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발전관에 이어 당의 지도이념으로 삼은 것으로도 부족해 장기 집권을 추인하는 '두 개의 확립'을 강조한 것이다.
시진핑 3기를 의미하는 향후 5년을 넘어 '황제'로 거듭나기 위한 사상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 주석은 폐막 연설에서도 "20차 당대회에서 이룩한 성과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새로운 승리를 이룩하는 데 아주 중요한 지도 역할과 보장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신을 중심으로 한 중국몽(中國夢)을 강조했다.
시진핑 2기 마지막 날인 이날 참석자들은 3건의 안건을 처리하고 시 주석의 폐막 연설을 들은 뒤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인터내셔널가를 합창했다. 시진핑 3기를 예고하며 만민대례당을 벗어나는 시 주석의 얼굴에서는 평소 무표정한 모습과 달리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소리 내 웃는 듯한 모습도 카메라 렌즈에 포착됐다.
그의 얼굴에서는 자신의 3연임 등 중요한 일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것에 대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한편 이날 당대회는 오전 9시 시작됐지만 연합뉴스를 비롯해 당대회 현장 취재에 나선 중국 내외신 취재진이 만인대례당 기자석에 도착한 시간은 중앙위원 투표가 끝난 오전 11시 15분이다.
기자단 도착 직후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후진타오 전 주석이 수행원으로 보이는 남성에 이어 시 주석과 잠시 대화를 하더니 자리를 뜨는 모습이 확인됐다.
기자석을 비롯해 장내가 잠시 술렁거렸고, 기자들은 분주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시 주석 3연임과 정치국 상무위원을 시 주석 라인으로 채우려는 것에 대한 반발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수행원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 등으로 볼 때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겠느냐 추측도 적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후 전 주석의 퇴장 이유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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