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수출한 중국 반도체 불량률 2%→40% 급증"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 이후 중국 반도체의 러시아 수출이 급증했으며, 이 과정에서 불량률도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 일간 코메르산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로 수출된 중국 반도체의 불량률은 지난 3월 이전까지 2%였으나 서방의 제재 이후 40%로 뛰어올랐다고 보도했다.
코메르산트는 다만 중국 공급업자를 특정하지 않았으며, 러시아 산업무역부는 그와 관련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불량률 증가는 서방의 제재로 미국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한 외국 공급자에 대한 러시아 수입업자의 접근이 차단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기업들은 품질이 낮은 제품을 파는 비공인 공급업자로부터 부품을 조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SCMP는 코메르산트 보도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해당 보도가 소셜미디어와 국제 언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철강 재벌로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오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가 소유하고 있다.
지난 8월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6월 중국 반도체의 러시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 늘어나는 '극적인 성장'을 보였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시장에 노출되지 않은 반도체 리패키징 회사들의 수출에 힘입은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집적회로와 다른 반도체 제품의 러시아 수출은 잠깐의 감소를 거쳐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수출이 90% 급감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입한 4월 이래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서방의 제재 이후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제품의 러시아 수출도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지난 8월 중국의 대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6.5% 늘어났다.
다만 중국 주요 기업들은 서방의 제재 위험을 우려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는 지난 7월 서방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에 "러시아에는 어떠한 고객도 없다"고 밝혔다.
일부 중국 기업은 러시아 시장 철수를 밝혔다가 자국 내 친러 세력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은 지난 2월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가 나흘 만에 돌연 이를 번복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에서 사업을 벌이는 중국 기업이 서방 주도의 제재와 중·러 협력 강화라는 자국 정부의 정책 사이에서 곤란한 처지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디디추싱의 결정 번복에는 당국으로부터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세계 최대 퍼스널컴퓨터(PC) 제조사인 레노보도 러시아에서 판매를 중단하고 신규 투자도 중단한다고 발표한 후 자국 내 친러 세력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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