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도 꿈은 있었습니다" 이프랜드서 만나는 시 읊는 낭만어부
시 낭송으로 MZ 세대 심금 울린 고석길 선장…메타버스 시낭송회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한 잔은 떠나간 너를 위하여, 한 잔은 너와 나의 영원했던 사랑을 위하여,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조지훈 '사모')
파도에 흔들리는 작은 고깃배 위에서 "제게도 꿈은 있었습니다"라며 시를 읊는 모습이 소셜 미디어에서 퍼지면서 '낭만 어부'라는 별명이 붙은 고석길(59) 선장.
2015년 KBS '다큐멘터리 3일'에 출연한 그는 국문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어부라는 고단한 길을 걷게 됐다며 마음 한쪽에 간직하던 '사모', '낙화' 등의 시를 낭독했다. 이 모습이 뒤늦게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문어잡이 배 '은혜호' 선장이 아니라 어부 시인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방송국 등에서 출연 요청이 들어왔지만 내내 고사하던 그가 시를 읊는 모습을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다. 다만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 안에서다.
SKT[017670]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낭만 어부, 고석길 전'을 연다고 20일 밝혔다.
국문학도가 되고 싶었던 꿈을 동해 위에서 펼치던 고 선장이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낭독하는 모습을 전시회 공간으로 꾸며진 이프랜드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 고 선장 인터뷰 영상과 사진·시화 등의 콘텐츠도 전시된다.
공개된 콘텐츠를 본 뒤 "선장님 목소리에서 삶이 배어 나온다", "나도 항상 낭만을 간직하고 살아야겠다"라는 반응이 댓글로 달렸다.
또 다음 달 3일까지 매주 목요일에는 퀴즈대회와 백일장 등이 열린다. '낭만 어부'를 하나의 '밈'으로 열광하는 MZ 세대의 참여를 높일 계획이다.
SKT 관계자는 "고석길 선장이 인터뷰 등에 응하려 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이프랜드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SKT는 이달부터 메타버스 라이브 연극, 가수 함춘호 쇼, 아바타 노래자랑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프랜드에 공개하고 있다.
또 한국성우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성우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인플루언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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