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공세도 버틴 유럽 섬유업계, 우크라발 에너지난에 '휘청'
WSJ "러 저가 가스 못쓰게돼 위기…에너지비용이 생산비의 20%로 뛰어"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유럽의 섬유 산업이 철강, 알루미늄 제조업 등에 이어 러시아발 에너지난으로 휘청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 방적, 직조, 염색 등 섬유 산업은 중국산의 시장 잠식에도 수십년간 비교적 저렴한 러시아산 가스 덕에 그럭저럭 명맥을 이어오다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가스 수출 무기화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실제 세계 섬유 수출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이 20년간 4배로 늘고 2020년 40%를 넘어서면서 유럽연합(EU)의 점유율은 중국산의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수천개 중소업체들이 구찌나 H&M, 자라 등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섬유 산업의 전통을 이어왔다.
중소업체들의 지역 집적화와 협동조합 등을 통한 대응 노력도 나름대로 효과를 봤다.
그러나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 여파로 전기료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제는 존폐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유럽섬유산업연맹(Euratex)에 따르면 종전에는 전체 생산비의 5%였던 에너지 비용이 약 25%로 늘어났다.
유럽에서도 섬유 강국인 이탈리아 북부의 한 섬유 제조업체 사장은 지난 7월 가스료가 66만유로(약 9억3천만원)로 1년 전 9만유로의 7배를 넘었다며 유럽의 섬유 산업이 문을 닫게 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이미 몇몇 업체는 생산 라인을 터키 등으로 옮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H&M 관계자는 에너지나 원재료 가격 상승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협력 업체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달할 정도로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아서 독일이나 프랑스와는 달리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바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서 염색공장을 운영하는 파비오 리알리는 염색을 위한 열 가공과정의 비용이 커져 한두 달 뒤 폐업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점을 얼마 전 팀장 회의에서 선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가스비는 수천 가지 비용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모두를 삼키는 괴물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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