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정부비판' 72세 이중국적 미국인에 징역 16년형
미국거주 아들 "14건 트윗이 증거 전부"…미 정부 대응도 비판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트위터 글을 통해 사우디 정부를 비판한 72세의 미국 이중국적 남성에게 징역 16년형에 여행금지 16년을 선고했다고 영국 BBC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아드 이브라힘 알마디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지난해 11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에서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왔다가 체포됐다.
이런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가 2주 전 선고공판까지 끝난 뒤에야 미국에 사는 그의 아들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
플로리다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그의 아들 이브라힘 씨는 그동안 미국 정부의 조언에 따라 부친의 체포 사실을 비밀에 부쳤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BBC에 밝혔다.
그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사아드 씨가 사우디의 국가 안정을 해쳤으며 테러를 지원하고 자금을 제공했다며 16년 징역형과 함께 16년 여행금지를 선고했다. 앞서 사우디 검찰은 그에게 징역 4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에 제출된 증거란 사아드 씨가 쓴 14건의 트위터 글이 전부였다고 이브라힘 씨는 지적했다.
사아드 씨의 트위터에는 메카와 제다에서 구도심 철거 비판과 사우디의 빈곤 문제에 대한 우려, 자말 카슈끄지 사망에 대해 언급이 있었다고 BBC는 확인했다.
이브라힘 씨는 또 미국 정부 측이 체포 6개월이 지나서야 처음 부친을 면회했고, 이후 한 번 더 부친을 만났을 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이나 러시아가 미국인을 억류할 경우 미국 정부는 단호한 조처를 하지만, "미국인이 사우디에서 체포될 경우에는 1배럴의 석유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며 미국의 '이중 기준'을 주장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 정부 고위급에 사아드 씨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브라힘 씨는 이어 부친을 면회한 사우디 가족들은 부친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말하지만 이를 믿을 수 없다면서, 자신이 백악관과 직접 접촉하려 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이브라힘 씨는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처음 부친의 체포 사실을 BBC에 알렸으나 당시에는 부친의 이름이나 사건의 자세한 내막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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