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초연결 사회 리스크 관리 근본적 대책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등 공룡 플랫폼 규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네이버,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국가가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2년여 전 발의됐지만 정작 국회 법사위에서 처리가 불발됐다고 한다. 박선숙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최기영 당시 과기부 장관조차 "데이터센터 재난에 대비하지 않으면 굉장히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입법을 촉구했지만, 업계의 '과잉 규제' 반발에 동조한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폐기 된 것이다. 당시에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이 사안을 다뤘더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정치권의 행태는 미리 대비하자는 주장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다가 큰일이 터진 뒤에야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법석을 피우는 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온 국민이 다 카카오톡을 쓰고, 공공기관들까지 쓰고 있는데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지금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모든 정보가 촘촘하게 연결된 초연결 사회다. 연결망이 촘촘할수록 리스크의 확산 속도 또한 넓고 빠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디지털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전시에 이런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면 국가의 존폐가 걸린 문제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상 국가기간통신망으로 커져 버린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유사시 마비 사태에 대한 대응책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속히 독과점 플랫폼 기업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상시적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망 유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발생한 리스크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플랫폼 기업들에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문어발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계열사를 대폭 줄이고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정작 138개 계열사 가운데 10개를 줄이는 것에 그쳤다. 그러면서 각종 서비스 사업을 분사해 상장시켜 임직원과 초기 투자자에게 보상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해 왔다. 성장에는 책임도 따르는 법인데, 데이터 센터 등 핵심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은 소홀히 했다. 이윤 추구에는 매우 기민했으나 사회적 책임에는 인색하기 그지없었던 셈이다. 이는 카카오에만 해당하는 비판이 아닐 것이다. 말로만 ESG 경영을 떠들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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