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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 원전 '접수' 러 압박에…우크라 직원 "해고냐 변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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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 원전 '접수' 러 압박에…우크라 직원 "해고냐 변절이냐"
우크라 직원들 "배신자 되라는 건가" 딜레마…우크라서 부역자로 처벌 가능성도
러, '핵누출 위험' 원전 장악력 높이려 안간힘…IAEA 사무총장 "강요 멈춰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러시아 당국이 현재 자국군이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우크라이나 직원들에게 '러시아 소속으로 넘어오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다'는 압력을 가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을 완전히 장악하고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12일 자포리자 원전 경영진을 통해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에게 로사톰 입사 문서를 배포했다.
로사톰에 입사하면 러시아 여권도 제공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자포리자에서 해고될 수 있다는 점을 압박하면서 '오는 20일까지 가담 여부를 밝히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것이다.
이에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공개 메시지와 개별 접촉을 통해 직원들에게 "계속 일하되 서명하지는 말라"고 설득에 나섰다.
러시아는 개전 한 달 만인 지난 3월 자포리자 지역과 원전을 점령했다. 이전까지 1만1천 명이 근무하던 이 발전소에는 현재 직원 약 3천 명이 남아있다.

근로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로사톰에 입사하지 않으면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되지만, 그렇다고 러시아 편에 서자니 나중에 조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현행 우크라이나 법률에 따르면 로사톰에 가입하는 자국 원전 기술자들은 적국 내통 혐의로 재판을 받고 투옥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군의 진격을 저지하며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이 언제고 자포리자 원전을 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양측의 대치 전선은 자포리자 인근 드니프로강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형성돼 있다.
지난 여름 발전소를 떠나 우크라이나 영토로 피란간 한 전직 직원은 "입사 문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겠지만, 서명한다면 배신자나 부역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원전 안전을 관리할 필수 인력이 남아있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우크라이나 당국이 어쩔 수 없이 로사톰과 계약한 직원들에게 예외를 적용해 부역자로 분류하지 않을 수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원전 직원들이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러시아 당국을 향해 "압박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일 자포리자 원전을 러시아 연방 자산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에네르고아톰이 보유했던 원전 운영권을 접수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군과 내통한 혐의가 있다며 이호르 무라쇼우 원전 소장을 구금했다가 추방하는가 하면, 최근엔 부소장을 납치하는 등 원전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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