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당대회 연설서 '공동부유' 4번 언급에 담긴 의미
中 안팎 어려운 경제 사정 고려, '중간 지점' 택한 듯
중국식 현대화 선언한 시진핑, 공동부유 강화 가능성 여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를 4번 언급한 걸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공동부유가 갖는 의미가 작지 않아서다.
시 주석은 지난 1년간 공동부유를 자주 언급했다. 같은 시기에 중국 내에서 알리바바 등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의 독점에 대한 단속이 심화했고 부동산 개발기업의 부당 이득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급기야 부동산 위기가 초래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에선 시 주석이 이번 당대회에서 민간기업의 영역을 좁히고 국유기업의 역할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동부유를 강조하면 중국의 시장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해왔던 게 사실이다.
달리 말해 지난 40년 동안 유지해온 덩샤오핑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유지될 것이냐에 관심이 있었다. 시 주석도 '중국특색사회주의'를 강조해왔지만, 시장 경제에 거리를 두고 사회주의 경제로 '좌향좌'할지를 숨죽여 지켜본 것이다.
그러나 시 주석은 '중간 지점'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당 대회 연설문에서 공동부유를 4차례 언급하지만, 그다지 강조하지는 않은 듯했다.
그는 "중국식 현대화는 거대한 인구 규모의 현대화이고, 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현대화이자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상호 조화를 이루는 현대화이며 인민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현대화, 평화적 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라고 말했다.
중국식 현대화 실현을 위한 요구사항을 거론하며 그중 하나로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 실현"을 거론한 것이다.
사실 중국 당국이 설명하는 공동부유는 서방의 우려와는 거리가 있다.
중국에선 공동부유를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제창한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의 현실적 한계를 넘어 경제 발전의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공동부유를 실현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너무 당연하다는 입장을 가진 듯하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17일 전한 시 주석의 전날 당 대회 공동부유 관련 언급을 보면 우선 분배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되 더 많은 일에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을 확대하고, 소득분배 질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부(富)의 축적 메커니즘을 바로 잡겠다고 언급했다. 고용 측면에서 소외계층을 챙기고, 부당 계약·차별을 철폐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보장은 전 인구를 포괄하고 도시와 농촌을 통합해 공정·통일·안정·표준화·지속가능한 다단계 제도를 지향한다고 언급했다.
사실 이런 정도 수준이라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서방은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좌향좌를 걱정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공동부유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작금의 중국 안팎의 어려움을 걱정하는 견제 세력에 의해 이번 당대회 연설에서 '거중조정'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 등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 여파, 세계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외부 변수 이외에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위기, 수출 감소라는 내부 변수가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공동부유 강조로 '사회주의'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라는 슬로건을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전날 당대회 연설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 추진함으로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방안으로 ▲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구축 ▲ 사회주의 기본경제제도 견지·보완 ▲ 공유제 경제 발전 ▲ 민영경제 장려·지원·지도 등의 추진을 거론했다.
이는 그동안 시 주석 역시 강조해온 '중국특색사회주의'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공동부유를 강조해온 시 주석은 작금의 현실에 부응하는 수준에서 당 대회 연설 수위를 조절했지만, 집권 3기에 들어갈 시 주석이 공동부유 의지를 약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언제든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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