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시간 단축의 비밀…시진핑, 당대회 보고서 요약본 읽었다
"당 심의 거친 문서 축약 낭독, 당내 공고한 위치 말해주는 듯"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업무보고서 원본이 아닌 요약본을 읽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 주석의 업무보고 시간이 5년 전 19차 당대회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된 이유다.
연합뉴스가 시 주석 연설문 전문과 당국이 개막식 종료 직후 인민대회당에서 배포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사회주의 현대화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단결 분투하자'는 제목의 업무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시 주석은 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빼고 낭독했다.
보고서에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헌법과 기본법이 확정한 특별행정구의 헌제 질서를 수호한다"라거나 "일국양제를 견지하고 보완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시 주석은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 "홍콩과 마카오의 장점을 살려 국제금융·무역·항공·과학기술·문화여행 등 영역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각 지역과의 개방 및 교류를 더욱 심화하겠다"는 내용도 보고서에는 있지만, 연설에서는 빠졌다.
대만 관련 연설에서도 보고서에 담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동포는 혈맥이 서로 연결됐고 피가 물보다 진한 한 가족"이라거나 "우리는 양안 각 분야 융합발전을 심화하고 대만 동포들의 복지 증진과 개선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는 부분을 시 주석은 언급하지 않았다.
업무보고에 있지만 연설에서 빠진 대목은 대부분 당국의 정책 결정 과정이나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으로, 꼭 필요한 문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의 연설 시간은 5년 전 19차 당대회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됐다.
19차 당대회 때 시 주석은 68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무려 3시간 24분 동안 읽어 내려갔다.
연설이 끝나자 후진타오 전 주석이 '너무 오래 했다'는 듯 시계를 가리키는 장면이 당시 목격되기도 했다.
반면 이번 당대회 보고서는 5년 전보다 4쪽 많은 72쪽 분량이지만, 시 주석은 1시간 45분 만에 연설을 마무리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고려해 회의 시간을 단축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시 주석의 당 장악력이 더욱 공고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업무보고는 중국 공산당 최고 이론가들이 6개월 이상 숙고해 작성한 뒤 최근 열린 제19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 회의(7중전회)에서 중앙위원들의 토론을 거쳐 나온 성과물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업무보고는 7중전회라는 당 공식 회의에서 심의·의결한 보고서"라며 "시 주석이 당 대회에서 업무보고를 요약본으로 읽었다는 것은 그가 가진 당내의 정치적 위치를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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