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중화민족 강조…집권3기 시진핑 '중국특색 강화' 예고
당대회 업무보고서 '마이웨이' 강조…'전랑외교'도 유지될 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식에서 행한 업무 보고는 중국이 그간의 대내외 정책의 방향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의 세 번째 임기에는 대내적으로 '홍색'(사회주의 성향)이 짙어지고, 대외적으로는 전랑외교(戰狼·늑대전사)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사회주의·중화민족 강조…중국의 '내향성' 강화 시사
시 주석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국내적으로 사회주의 가치관과 애국주의 및 집단주의, 중국 전통문화 고양 등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지침으로 삼아 사회주의 선진 문화를 발전시키고 혁명문화를 고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대한 응집력과 지도력을 구비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건설하고 당의 이데올로기 공작의 주도권을 단단히 장악하고, 전면적으로 이데올로기 사업의 책임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선전과 교육을 심도 있게 전개하고 애국주의와 집단주의, 사회주의 교육을 심화하고, 당과 민족 부흥의 큰 임무를 맡을 시대의 신인을 힘껏 배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국가문화의 소프트파워와 중화문화의 영향력을 끊임없이 향상시켜야 한다" 며 "중화문명의 전파력과 영향을 증강하고 중화문화의 입장을 견고히 지키고, 중국의 이야기를 잘 설파"해 "중화문화가 더욱 세계를 향해 나아가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전체 중화의 자녀들을 동원해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의 '중국몽' 실현을 둘러싸고 뜻과 행동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가치관과 중화민족을 강조한 것은 결국 중국 사회의 '내향성 강화'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국제사회와의 인적 교류를 최소화한 상황에서 중국과 외부세계, 특히 자유민주주의 진영과의 정서적 거리는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해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은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공고히 하는 것을 주축으로 삼아 당의 민족 공작을 강화하고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청동기 유물 전시에 중국 측이 한국 역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뺀 일과 같은 한중간 역사 논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 핵심이익 수호 의지…미국과의 전략경쟁서 '불퇴전' 의지
대외 정책과 관련해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대체로 전랑외교로 불리는 현재의 기조를 견지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핵심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의 첨예한 갈등을 불사하는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 주석은 인류운명공동체론과 다자주의, 패권 반대,평화 외교 정책 등을 거론했다.
그와 동시에 '투쟁'이라는 단어를 17차례 사용해 자신의 집권 기간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규정한 영역에서 양보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자신의 집권기 대외정책을 총괄 평가한 대목에서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 직면해 우리는 전략적 집중력을 유지하고 투쟁 정신을 발양하고 투쟁 중에 국가의 존엄과 핵심 이익을 수호했고, 우리나라 발전과 안보의 주도권을 견고하게 장악했다"고 자평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 때 중국이 경제·문화 영역에서의 보복 조치로 맞섰던 일도 이 같은 대응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 주석은 '건곤일척'의 전략경쟁 상대인 미국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패권주의와 강권정치, 냉전사고, 내정간섭에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그간 중국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론해온 반미 레토릭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대만 문제가 미·중 간 최대 갈등 현안임을 고려할 때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옵션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미국과 대만 문제를 둘러싼 '타협'의 여지를 좁힌 측면이 있었다.
시 주석은 2019년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무력 옵션 포기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3년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황에서 5년마다 열리는 자국 최대의 정치행사, 그것도 자신의 3연임이 결정될 무대에서 언급한 것의 무게는 달랐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대외정책 부분에서는 큰 레토릭의 변화는 없고, 현재의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 아닌가 하는 뉘앙스를 풍긴다"며 "패권주의와 강권정치, 냉전 사고 등을 반대한다고 언급한 것은 미국에 대해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으나 걸어오면 피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너무 강하게 '시비'를 걸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미국이나 대만이) '선'을 넘으면 무력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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