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박수 속 등장한 시진핑…1시간45분 연설에 32회 박수 세례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16일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은 시진핑 국가주석 한 명을 위한 행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9시 58분께 군악대의 연주 속에 1억 명에 달하는 중국 공산당원을 대표해 선출된 대표단과 주석단 등 3천여 명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인민대회당 만인대례당(萬人大禮堂)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에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시 주석은 주석단과 대표단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이어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이 입장했고, 리커창 총리를 비롯한 주석단 상무위원들도 차례로 만인대례당에 등장했다.
주석단 상무위원들은 연단 맨 앞줄에 시 주석을 중심으로 양쪽에 20명씩 앉는 방식이었다.
시 주석의 오른쪽에는 후 전 주석이, 왼쪽에는 리 총리가 각각 자리했다.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는 군악대 연주가 끝날 때까지 1분 40초 동안 계속됐다.
전날 주석단 상무위원 명단에 포함되면서 참석이 예상됐던 장쩌민 전 국가 주석과 주룽지 전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고, 명패도 보이지 않았다.
리 총리의 개막 선언에 이어 10시 5분께 시 주석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업무보고를 위해 단상으로 이동했다.
시 주석은 정면을 바라보며 한 차례 허리를 숙인 뒤 뒤를 돌아 주석단을 향해서도 한 차례 더 고개를 숙였다. 이때도 참석자들은 커다란 박수로 화답했다.
시 주석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단결 분투하자'는 내용으로 1시간 45분간 연설했다.
그는 높은 수준의 질적 발전, 과학기술과 교육에 의한 국가발전, 전 과정 인민민주주의, 국가안보와 사회안정 등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향후 발전 계획을 설명했고 그때마다 장내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국가안보와 사회안정 확보나 국방과 군대의 현대화 등을 말할 때 다소 목소리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연설이었다. 망원렌즈 속 표정도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시 주석의 연설 도중 모두 32회의 박수가 나왔다. 3분 30초마다 박수가 터져 나온 셈이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국가 통일, 민족 부흥의 역사의 수레바퀴는 쉼 없이 굴러가고 있다"며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반드시 실현해야 하고 또한 기필코 실현될 것"이라는 말에는 가장 오랫동안 박수가 이어졌다.
사전에 배포된 연설문을 보며 밑줄을 긋거나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참석자들도 적지 않았다.
시 주석은 오랜 연설이 힘들었는지 이따금 헛기침하기도 했고 20∼30분마다 차를 한 모금씩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연설을 한 1시간 45분 동안 3천여 명의 참석자 중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시 주석이 긴 연설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자 리 총리는 바로 개막식 종료를 선언했고, 시 주석을 비롯한 주석단 상무위원들은 기립박수 속에 자리를 떠났다.
이날 시 주석의 연설은 시진핑 집권 2기를 알린 19차 당대회 개막식 당시 업무보고 시간 3시간 30분과 비교하면 크게 단축된 셈이다.
당국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20차 당대회 개막식을 오전 10시에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으로 오전 9시에 시작하던 당대회 개막식을 1시간 늦춘 것에 대해 시 주석의 연설이 짧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했는데 실제 그의 연설은 5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됐다.
일부 외신기자는 시 주석의 연설이 짧아진 것은 그의 국정 장악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당대회 개막식 취재를 위해 로이터, AP. AFP 등 세계 주요 언론사들과 함께 취재 허가를 받아 지난 14일부터 2박 3일간의 폐쇄루프 방식으로 격리한 뒤 이날 오전 8시께 취재진 전용버스로 인민대회당에 도착했다.
중국 본토 매체는 물론 홍콩·마카오·대만 매체와 베이징 상주 외신기자들까지 수백 명에 달하는 취재진은 사실상 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되는 순간을 지켜보며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중국 기자들은 시 주석 연설에 다른 참석자들처럼 박수를 보내기도 했고, 휴대전화로 그의 연설 모습을 촬영하거나 동료와 함께 인민대회당을 배경으로 셀피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인민대회당에 입장하지 못한 기자들은 신세기일항호텔에 마련 프레스센터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개막식을 지켜봤다.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 매체들은 이날 개막식 전체를 생중계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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