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통신시설 화재는 일상 마비…분산제어 투자 중요"
"카카오가 보호조치 잘 못해…국민 영향 서비스는 주요 통신기반시설 지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SK 주식회사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통신 시설이 타격을 받으면 생활 전반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새삼 다시 일깨웠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 T 등이 화재 발생 만 하루 가까이 장애를 겪으면서 이들 플랫폼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제삼자 애플리케이션이나 택시 기사,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까지 여파가 오고 있어서다.
화재, 천재지변, 전쟁 등으로 통신시설이 마비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4년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로 삼성카드[029780]의 온라인 결제와 문자 알림 서비스 등이 사흘간 중단됐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전화와 호스팅 서비스도 일부 중단돼 삼성SDS를 통해 서비스를 구축한 상당수 기업이 전화를 사용하지 못했고 내부 시스템도 제대로 구동되지 않았다.
2018년 KT 아현지사에서는 화재가 10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통신구 약 79m가 소실됐다. 당시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와 은평구,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의 통신에 짧게는 이틀, 길게는 1주 이상 장애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에너지·통신 시설 및 군사 지휘 시설 등이 주요 타격 지점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이중화 체계, 그중에서도 분산 제어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기술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런 일을 대비해 서버를 여러 곳에 나눠놓을 필요가 있다"면서 "관리 포인트가 많아지고 비용·예산·인력이 추가로 들 수는 있겠지만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통신망, 데이터센터 분산도 중요하지만, 로드 밸런싱(부하 분산)이 특히 필요하다"면서 "카카오가 보호 조치를 잘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범정부적 대책 마련도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장은 "화재로 예기치 않게 데이터센터 입주업체가 알려졌고, 해커들이 포털사를 공격하면 대한민국에 이렇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학습한 상황"이라며 "민간 업체 서비스지만 대국민 서비스기에 범정부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 교수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비스는 주요 정보통신 기반 시설로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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