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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사리는 한은 총재…"직설 않고 모호하게, 중앙은행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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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사리는 한은 총재…"직설 않고 모호하게, 중앙은행의 미덕"
'예고와 다른 빅 스텝' 비난받자 미국 강연에서 고충 토로
취임 후 시도한 '적극적 포워드가이던스' 당분간 포기할 듯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오늘은 주로 한국 이슈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아마도 제가 전보다 직설적이지 않고 다소 모호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을 알게 될 텐데, 이는 중앙은행원이 배워야 하는 미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소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앞서 출국 당일인 12일 이 총재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 결정 과정에서 쏟아진 여론과 국회 등의 비판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로부터 초청받은 자리임에도 강연 내용의 대부분을 이번 한국의 빅 스텝 결정 배경과 불가피성 등에 할애한 것도, "0.25%포인트씩 올린다고 섣부르게 예고하더니 왜 달라졌느냐"는 지적에 대해 마음먹고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 총재 "조건부 포워드가이던스를 서약·약속으로 여겨"
이 총재는 강연에서 스스로 "9월 들어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자, 7월에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미리 제시함으로써 한·미 금리 역전과 역전 폭 확대에 대한 기대를 키워 환율 절하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졌다"고 국내 여론을 전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0.25%포인트'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안내 지침)가 7월 빅 스텝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반응을 막고 1.25%포인트(p)에 이르는 지난 1년간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상대적으로 낮고, 노동시장 과열 정도도 덜해 연속적 빅 스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점도표에 나타난 올해 말 금리 전망치가 7∼8월 한은이 예상한 수준보다 0.50%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빅 스텝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게 이 총재의 해명이다.
그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난 베이스라인(기본가정)에 따른 시나리오(0.25%포인트 인상)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서약(commitment)이나 약속(promise)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 "투명한 소통 시도했지만 여러 애로"…친절한 설명·직설 화법 '제동'
이런 언급들로 미뤄 앞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포함, 이 총재의 시장 또는 언론 대상 통화정책방향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 총재는 앞서 7월 13일 사상 첫 빅 스텝 결정 직후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과거 한은 총재들이 일반적으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당분간 통화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겠다" 등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한 것과 비교해 전혀 다른 방식의 소통이었다.
그보다 앞선 5월 기준금리 결정 후에도 이 총재는 금통위 의결문의 '당분간'이라는 단어에 대해 "당분간을 수개월로 해석하는 것은 제 의도와 부합한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은 총재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적극적 포워드 가이던스를 시도한 것인데, 당시 시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당분간 이 총재의 직설적이고 '친절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다시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총재는 이번 강연에서 "제가 취임한 뒤 한은은 금통위의 생각을 보다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점도표나 내생적 금리 경로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서 국제적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로 불리기에도 미흡한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금리에 대해 언급을 가급적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 오랜 방식에서 벗어나기에는 현실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여러 애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시행착오를 인정했다.
아울러 "앞으로 대외 요인을 통제하기 어려운 소규모 개방경제(한국)의 특성을 감안해 어느 정도, 어느 속도로 이런 관행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솔직하게 고충도 털어놨다.
실제로 이 총재는 지난 12일 두 번째 빅 스텝을 밟은 뒤 기자 간담회에서 다음 11월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질문에 "11월 연준의 결정 등을 일단 보겠다"며 철저히 말을 아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시장의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을 말하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이 도입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실제 통화정책 방향과 달라 논란이 이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연준은 올해 5월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이를 뒤집고 6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shk999@yna.co.kr, ssun@yna.co.kr, ku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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