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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기시다 지지율…'통일교 수렁' 벗어날 수 있을까(종합)
지지통신 여론조사서 지지율 27.4%…내각 출범 후 최저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내각의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피격 사건 이후 불거진 자민당과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착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일본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0∼30%대로 하락했다.

◇ 日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0∼30%대…'아오키의 법칙' 연상
14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지난 7∼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대비 4.9%포인트 하락한 27.4%로 작년 10월 내각 출범 이후 가장 낮았다.
일본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것은 지난달 17∼18일 실시된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29%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하락세는 최근 또 다른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현지 공영방송 NHK의 지난 8∼10일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대비 2%포인트 하락한 38%로 나타났다.
이번 NHK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지난달 조사 대비 3%포인트 오른 43%로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교도통신이 지난 8∼9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대비 5.2%포인트 하락한 35.0%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48.3%)을 하회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27.4%)과 자민당 지지율(23.5%)의 합산은 50.9%에 그쳐 '아오키의 법칙'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됐다.

아오키의 법칙은 내각 지지율과 자민당 지지율의 합이 50%보다 낮으면 정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일종의 가설로 이를 제창한 것으로 알려진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전 자민당 참의원 의원 간사장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자민당과 통일교 유착 의혹,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국장(國葬)을 둘러싼 논란 등이 꼽힌다.
이번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의 통일교 문제 대응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67.6%에 달했고, 긍정적인 평가는 7.4%에 그쳤다.
지난달 27일 거행된 아베 전 총리 국장에 대해서는 "좋지 않았다"는 답변이 49.9%로 "좋았다"는 답변(24.4%)을 크게 상회했다.

◇ 추가 개각·아베 조사?…상황 타개 '카드' 마땅치 않아
문제는 기시다 총리로선 지지율 하락세를 타개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월 10일 각료 19명 중 14명을 교체하는 물갈이 개각을 하면서 통일교와의 관계가 드러난 7명의 각료를 교체했지만, 이후에도 통일교 관련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새 내각에도 각료와 통일교 사이의 접점이 속속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통일교와의 관계가 드러난 야마기와 다이시로(山際大志郞) 경제재생담당상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빨리 그만두게 하는 편이 타격이 작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기시다 총리는 결단하지 못했다.
자민당 소속 의원 37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80명이 통일교와 접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의혹이 생길 때마다 각료가 사임하면 '사퇴 도미노'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추가 개각을 통해 상황을 타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아울러 일본 내에선 야권을 중심으로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관계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아베 전 총리가 자민당과 통일교 관계의 '몸통'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아베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며 아베가 이 단체와 연관돼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것이 일본 내 통일교 논란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와의 관계에 대한 조사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시다 총리로선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전체 의원의 4분의 1이 속한 아베파가 정권에서 이탈하면 여권 내 권력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기시다 총리는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총리가 수장인 자민당 내 파벌인 '기시다파'(43명, 이하 소속 국회의원 수)는 '아베파'(97명), '모테기파'(54명), '아소파'(50명)에 이어 4위 파벌에 불과하다.
기시다 총리는 전기요금 부담 경감 등 고물가 대책이 포함된 종합경제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추가경정예산을 이달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 지지율 반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일본 정가에선 통일교 문제에 대한 정면 대응 없이 현 국면의 타개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견해가 우세한 상황이다.
◇ "日전문가회의, 종교법인법에 근거한 통일교 조사 요구할 듯"
한편, 통일교의 '영감상법'과 고액 헌금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온 일본 소비자청의 전문가 회의는 종교법인법에 근거한 통일교 조사를 하도록 관할 관청(문화청)에 요구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4일 보도했다.
통일교는 어떤 물건을 사면 악령을 제거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믿게 해서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하는 영감상법 등으로 일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전문가 회의는 조만간 통일교 대책 관련 제언을 정리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소비자상에서 제출할 예정이다.
아사히는 "(전문가 회의는) 민사 소송에서 교단(통일교)의 조직적 책임을 인정하는 판례가 축적된 점을 지적할 전망"이라며 "조사에 들어가면 그 결과에 따라 교단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5일 중의원(하원) 본회의에서 통일교에 대해 종교법인법에 따른 해산명령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판례에 근거해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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