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당대회서 '발전 우선' 슬로건 내린다
'발전과 안보 균형' 넣을 듯…국가안보에 방점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개막할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경제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국가안보의 위상을 높이는 역사적인 정책 변화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02년 제16차 당 대회 때부터 '발전 우선'이 공식적인 슬로건으로 사용돼 왔으나, 이를 시 주석이 '발전과 안보 균형'이라는 슬로건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마오쩌둥 사후 중국이 덩샤오핑 주도의 개혁개방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해온 가운데 장쩌민·후진타오도 경제 발전을 최우선시 해왔으나, 미중 갈등과 대립의 파고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부각해왔다.
이런 가운데 '발전과 안보 균형'은 사실상 발전보다 국가안보에 방점을 둔 슬로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때부터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중국 내에서 발전과 안보 균형 슬로건이 사용돼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 싱크탱크 랜드 코퍼레이션의 중국 정책 전문가인 하워드 왕은 "안보에 초점을 맞춘 슬로건은 중국의 경제 확장이 둔화하더라도 이를 둔감하게 할 뿐더러 정책적인 제약도 줄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발전과 안보 균형' 문구는 2021년 11월 11일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에서 채택된 공산당의 제3차 역사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 전문에도 3차례 들어갔다.
여기에 '발전 우선' 문구는 한차례도 쓰이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제3차 역사 결의 이외에 중국 내 여러 법률에 발전과 안보 균형 문구가 삽입됐다면서, 이는 이번 20차 당대회의 시 주석 연설에서 발전 우선 슬로건이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또 다른 신호라고 짚었다.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 올해 성장률 목표를 '5.5% 안팎'으로 공식 발표한 중국 당국이 그 이후에는 GDP가 성공의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고 강조해온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통신은 시 주석이 2017년 10월 제19차 당대회 연설 때 중국 사회의 '주요 모순'이 "이미 행복한 생활을 바라는 인민의 수요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불균형, 불충분한 발전 간의 모순으로 바뀌었다"고 못 박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1981년 주요 모순을 "나날이 증가하는 인민의 물질문화에 대한 수요와 사회생산 간 모순"으로 파악한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인민의 행복한 생활은 단순한 물질의 충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주·공평·정의·안전·환경 등과 관련해 점증하는 수요를 포함하고 있으며 공평·지속성·공동성이 기본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규정한 것으로, 시 주석은 이때 경제 발전 우선 슬로건의 수정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오레곤대학의 옐링 탄 정치학과 교수는 "발전과 안보 균형 슬로건은 중국이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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