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영웅까지 정권 비판 가세…이란 반정부 시위 가열
인권단체 "쿠르드족 거주 서부지역 시위 진압 과정서 총기 난사"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 도중 사망한 여대생 의문사 사건에서 촉발된 이란내 반정부 시위가 한달 가까이 지속돼온 가운데 이란 축구의 스타 선수들까지 잇따라 정권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축구의 영웅 알리 다에이(53)는 이번 사건이후 인스타그램에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사진을 포스팅하고 당국의 시위 진압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 당국에 여권을 압류당했다.
압류당한 여권은 며칠 뒤 돌려받았다고 그는 전했다.
알리 다에이는 이란 축구 대표팀의 전설적인 공격수로, 10여년간 역대 A매치 최다 득점(109)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의 기록은 작년 9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에 의해 깨졌다.
역시 이란의 유명 축구 선수였던 알리 카리미(43)도 인스타그램에 시위 지지 글을 올렸다.
이란 당국은 현재 모국을 떠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거주하는 그가 국가안보를 해칠 의도를 지녔다는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현역 국가 대표 선수들도 내달 월드컵 출전 명단에서 방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하는 이란의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27)은 "이란의 여성과 민중을 죽인다니 창피한 일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전 국가대표 선수였던 호세인 마히니(36)는 지난주 무질서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한편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여대생 아마니가 혼수상태에 빠진 후 지난달 16일 숨지면서 촉발된 시위는 4주째에 접어들었지만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쿠르드계 주민이 많이 사는 이란 서부의 사난다즈에서 당국이 총기류를 무차별 난사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와 관련, 노르웨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쿠르드계 인권단체 '헹가우'가 올린 동영상을 보면 지난 10일 밤 시위에서 시위대와 진압에 나선 당국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적잖은 총격음이 들렸다.
지난 17일 이후 시위 과정에서 195명이 사망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란 정부는 시위 참가자들을 죽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진압대원 20여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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