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차관 "적정 쌀값 위해 충분히 노력"…매입 의무화엔 난색(종합)
'식량 위기' 주제 브라운 백 미팅…"쌀로 밀가루 대체하도록 지원"
전문가 "높은 곡물 가격 2∼3년 지속…곡물자급률 10%대로 떨어질 듯"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11일 적정 수준의 쌀값 유지를 위해 필요하면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과잉생산 쌀 매입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최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대회의실에서 식량 위기를 주제로 열린 브라운 백 미팅에서 기자가 쌀 시장 격리 의무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저희 입장을 어느 정도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정황근 농림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의무화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하자는 게 우리 의견"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최 차관은 "쌀값은 단순히 공급 과잉의 문제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적정한 쌀값 유지에 대한 요구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당정 간에 협의해서 공공비축미를 45만t 매입하고 또 45만t을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정부와 당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쌀값 적정수준 유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충분히 투입한 것"이라며 "수행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 소요가 있다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쌀값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쌀을 사들이는 것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이를 의무화하는 데는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차관은 "밀에 대한 수요가 계속 높아지는데 밀 자급률은 낮은 상황"이라며 "일본처럼 국산 밀과 수입 밀 간의 생산비 격차를 보조하는 방법도 포함해서 쌀빵 등 쌀로 밀가루를 대체하려는 노력 등에 지속해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쌀가루를 이용해서 빵을 제조하고자 하는 기업 입장에선 밀가루와 같은 품질을 유지하려고 하면 비용이 들어간다"며 "민간과 정부가 어떤 식으로 그 비용을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브라운 백 미팅은 기후 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원의 무기화 등으로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 상황을 진단하고 식량 안보를 지키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브라운 백 미팅은 점심 식사를 곁들이면서 편하고 부담 없이 하는 토론이다. 이날 미팅에는 최 차관을 비롯한 기재부 직원들과 취재진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국제 밀 가격은 경기 위축 우려로 소폭 하락했지만, 미국의 가뭄과 생산량 감소,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높은 곡물 가격이 향후 2∼3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남 소장은 "기후변화는 직접적으로 인프라에 타격을 주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생물 다양성을 줄인다"며 "지구 평균기온이 1℃ 오르면 곡물 생산량이 3∼7%까지 감소하는데 우리나라의 연간 곡물 소비가 전 세계 생산량의 0.8%쯤 된다. 국제 곡물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농식품 산업 기술혁신과 농업 서비스 개선을 위해 민간 기업의 역할을 강화하고 글로벌 농업 가치사슬 개발을 위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식량안보 전략을 연구할 전문연구단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종인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는 식량이 충분히 있어도 물류 경색으로 인해 위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였다"며 "재고를 고려할 때 단기간에 곡물 시장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지만 물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곡물) 수입 가격이 10% 오르면 전체 소비자물가가 0.4% 안팎 오르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애그플레이션 때는 (곡물 가격이) 1∼2년 이내에 100%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 정도이고 (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은 20%대가 조만간 깨질 것 같다"며 "식량자급률은 주요 국가 및 식량 순 수입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정 물량의 곡물 수입은 불가피하므로 해외농업개발, 곡물 유통 분야 진입 등 기존 전략의 실효성을 높이고 이상 기상 등에 대비하기 위해 비축 규모와 비축물량 확보 방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농지를 유지하면서 논 활용 다양화로 쌀의 구조적 과잉을 완화하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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