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겨냥 반도체 규제에 세계 반도체주 급락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 발표에 미국 등 각국의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 거의 2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종 주가를 나타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날 3.5% 떨어져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마감했다.
이 지수는 지난 3거래일 동안 1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올해 들어 40% 이상 급락했다.
종목별로 보면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4.1%, 램리서치가 6.4%, KLA가 4.7%, 마벨 테크놀로지가 4.8%, AMD는 1.1% 각각 떨어졌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네덜란드 ASML은 2.9% 하락했으며, 홍콩 증시에서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4% 떨어졌다.
특히 소형주들의 하락 폭이 더 커서 반도체 장비업체 ACM리서치는 10일 뉴욕 증시에서 27% 급락했고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자회사 주가 역시 20%나 떨어졌다.
홍콩 증시에서는 중국 2위 파운드리인 화훙(華虹) 반도체가 9.4%, 상하이 푸단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그룹은 20% 하락했고 중국의 윌반도체와 맥스샌드 테크놀로지는 각각 6%씩 떨어졌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이날 장 초반 3%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앞서 미 상무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수출 통제 방침에는 중국에 대해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미국 기업이 특정 수준 이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중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을 적용해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했다.
구체적으로 ▲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등을 초과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미국 기업이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아울러 첨단 컴퓨팅 반도체 칩,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칩 거래 등에 대해서도 수출 제한 조치를 부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로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내 반도체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 우한에 본사를 둔 YMTC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메모리칩 생산량의 약 6%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로 내년 성장 계획이 위기에 빠졌다.
D램 제조업체인 창신메모리는 18nm 이하 D램 생산 장비의 수출 규제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 상무부의 반도체 관련 대 중국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이런 수법은 공평한 경쟁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해칠 뿐 아니라 미국 기업의 권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간 미국의 제한에 대응해 반도체 등 산업에서 '자급자족'을 가속해왔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까지 주요 반도체 생산공장(팹) 31곳을 새롭게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같은 기간 대만(19곳), 미국(12곳)을 넘어선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비드 웡 노무라 홀딩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중국에는 큰 차질이며 세계 반도체 시장에는 악재라고 분석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