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에 '집착'하는 푸틴…"세바스토폴 흑해함대 기지 때문"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 사고에 대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심을 공습하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크림반도가 러시아 흑해함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크림반도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가진 특별한 의미를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8년까지만 해도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땅이라는 태도를 취해 왔다.
그는 당시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을 요구하는 여론에 "러시아는 현세대에 확립된 우크라이나의 국경선을 존중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2014년 우크라이나 마이단 혁명 이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의 태도는 돌변한다. 당시 친러시아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포기하고 친러 노선으로 회귀하려 하자 시민혁명이 일어나 그를 축출한 것이다.
그간 크림반도 남서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본거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는데, 시민혁명으로 이 해군기지를 잃는 것은 러시아로선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러시아엔 세바스토폴에서 러시아 흑해함대가 쫓겨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이 주둔할 수 있게 된 상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공항 등 주요 시설을 점령하고 꼭두각시 의회의 주민투표를 통해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
세바스토폴 해군기지는 러시아 해군이 흑해에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전초기지일 뿐만 아니라 지중해와 남대서양, 인도양까지 진출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군사시설이다.
2008년 조지아와 전쟁 때는 크림반도에 본거지를 둔 러시아 흑해함대가 조지아 해상을 봉쇄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 직접 "우크라이나 혁명으로 흑해함대를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크림반도 병합 이후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는 크게 상승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합하기 훨씬 전부터 이 땅의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러시아로선 원래 크림반도는 자국 땅이었기 때문이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별장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1954년 소련은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를 넘겼다. 어차피 당시엔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일부였다.
그러나 이후 소련의 붕괴와 함께 우크라이나가 소련에서 탈퇴했고, 크림반도는 자연스럽게 우크라이나 땅이 됐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민족주의 진영은 크림반도의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원래 자기네 땅인데 소련 시절 별다른 이유 없이 우크라이나에 줬으니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푸틴 대통령도 되풀이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 이후 나토 세력이 크림반도를 공격한다면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해 왔다. 그만큼 크림반도는 러시아는 물론 푸틴 대통령으로선 다시 잃을 수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북쪽 헤르손 지역을 탈환하며 반도 쪽으로 진군하고 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반도 탈환을 전쟁 목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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