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만에 공격받은 키이우, 출근길 도심 피투성이에 곳곳 불바다
러 보복공격 공포감 극대화…전국 곳곳 에너지 등 기반시설도 노려
삼성전자 현지법인도 인근 건물 피격으로 유리창 파손 등 피해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거점에 무차별적인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70여일 만에 공격을 받은 키이우에서는 주거시설에서 사무용 빌딩에 이르기까지 도심 건물과 자동차들이 화염에 휩싸였고 곳곳에 유혈이 낭자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은 크림대고 폭파 사고에 대한 보복 의도를 분명히 하기 위해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요일 출근길 시간대에 도심에 떨어진 미사일은 다수의 사상자를 내며 처참한 피해를 유발했고, 방공망을 피해 주요 기간시설을 타격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일상을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려 했다는 것이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8개 지역의 주요 기반시설 11곳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75발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날아와 41발이 격추됐지만 나머지 34발은 고스란히 주요 거점 곳곳을 타격했다.
AFP·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미사일은 월요일인 이날 오전 8시15분께 출근길로 붐비는 키이우 도심 지역을 직격했다. 큰 폭발이 10차례 이상 일어났다. 키이우 공습만으로도 최소 5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하는 피해가 확인됐다.
출근길 도심에서 잇따른 폭발로 참혹하게 즉사한 시민과 피를 흘리며 구조를 기다리는 시민, 화염에 휩싸인 차량과 건물 등의 모습이 사진과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다.
기간시설에서 발생한 피해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청사 등이 자리잡은 키이우의 셰우첸코 지구 역시 러시아의 미사일을 피해가지 못했다. 레시아 바실렌코 우크라이나 의원은 트위터에 키이우 중심부에 있는 키이우국립대 인근에서 최소 한 차례 폭발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dpa 통신은 이날 미사일이 떨어진 키이우 도심에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SBU) 본부가 있다고 짚었다.
서부 르비우주에서는 에너지 기반 시설이 공습을 받았다.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주민들에게 실내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키이우 기차역 인근의 현대식 고층 건물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현지 사무실도 일부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전자 현지 법인이 입주한 빌딩이 직접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지 법인이 입주한 빌딩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곳이 피격됐으며 그 충격으로 건물 일부 유리창 등이 손상됐다.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공격한 것은 70여일 만으로 지난 7월28일에도 러시아는 키이우 지역 비시고로드의 기반시설 등을 미사일로 폭격한 바 있다.
이번 공격은 출근길 도심과 기간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특히 키이우 이외 지역에서는 에너지 기반시설이 주된 목표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공격 목표로 "군사 지휘 시설"과 함께 "핵심 에너지 시설"을 지목했다.
하르키우와 르비우 등 공격을 받은 일부 도시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은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하고 주민들의 생존에 타격을 줌으로써 저항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고 완전히 말살하려 하고 있다"라며 "자포리자의 집에서 잠자고 있던 우리 국민을 죽이고, 드니프로와 키이우에서 출근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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