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중앙은행 추가 안정조치에도 채권금리 다시 급등(종합2보)
재무부 예산·중기재정전망 10월 말 발표…3주 앞당겨
BOE 연기금 단기 유동성 지원 대책…긴급채권매입은 종료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투자자 신뢰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조치를 발표했지만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당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예산안과 중기재정전망이 이달 31일에 발표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 중기 예산과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중기재정전망을 11월 23일에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3주 이상 앞당긴 것이다.
재무부가 지난달 430억파운드(68조원) 규모 감세안을 담은 미니예산을 공개하면서 재정전망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 대비 역대 최저로 추락하고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재원 조달계획을 빨리 발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예산발표에 OBR의 재정전망이 동반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재무부가 일정을 조정함에 따라 11월 3일 중앙은행 금리결정 전에 정부의 수입·지출 계획과 그에 대한 OBR의 평가가 나오게 됐다.
하원 재무특별위원회 멜 스트라이드 의장은 트위터에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의 이번 결정 영향으로 금리인상 폭이 축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정부의 지출 축소 계획이나 그에 따른 재정 전망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통화정책을 정하다보니 일단 금리를 대폭 올려둘 것으로 보고 있다.
BOE도 이번주 긴급채권매입 종료를 앞두고 이날 오전 추가 시장안정조치를 내놨다.
BOE는 650억파운드(102조원) 규모 긴급 채권매입은 예정대로 14일 종료하되 그때까지 하루 매입 한도를 50억파운드에서 100억파운드로 늘린다고 말했다.
또 다음 달 10일까지 새로운 단기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는 연기금이 담보 채권 가치 하락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 영국 정부의 감세안 발표 후 채권가격이 급락하면서 채권을 담보로 운용하던 연기금들은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이들이 보유 채권을 내다 팔면 채권값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결국 대거 지급불능에 빠질 상황이었다.
BOE가 지난달 28일 긴급개입하면서 시장이 안정됐지만 채권매입 종료 시기가 다가오자 금융시장에는 다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었다.
AJ벨의 투자이사인 러스 몰드는 이번 조치에 관해 BBC 인터뷰에서 BOE가 연기금에 "우리가 뒤에서 받쳐주겠다"고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채권시장 투매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국채 금리는 지난달 BOE가 개입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68%로 0.29%포인트 뛰었고 20년 만기 국채 금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10년 만기 물가연동채 금리가 연 1.24%로 0.64%포인트 뛰었다. 이는 1992년 이후 최대 폭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42%로 0.35%포인트 상승했다.
런던의 뉴욕멜론은행의 선임 전략가인 제프리 유는 "BOE가 시장을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시장을 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기금 유동성을 보장할 순 있지만 금리상승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캐피털닷컴의 시장 분석가 대니얼라 해손은 "영국 채권 투매가 다시 나타났다"며 "BOE가 긴급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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