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의문사' 이란 압박하는 서방…프랑스, 자국민 철수령
캐나다, 이란 혁명수비대 입국 금지하고 '표적 제재' 예고
이란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 독일에 테헤란 대사 소환 촉구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히잡 미착용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이란 정부에 대한 유럽과 미주 등 서방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AFP·로이터·dpa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란을 방문 중인 자국민에게 이른 시일 내에 이란에서 빠져 나올 것을 권고했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에 있는 프랑스 국민들이 "체포 위험과 임의 구금, 불공정 재판에 노출돼 있다"며 "단순 여행객들도 같은 위험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이번 철수령은 이란 정부가 현지에 억류된 프랑스인 2명의 '자백'을 받아냈다고 방송한 바로 다음 날 발표됐다. 이들은 지난 5월 반정부 시위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뒤 현재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테헤란 주재 프랑스 대사관이 이란 정부의 탄압으로부터 자국민들을 보호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의 경우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의 입국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이란 제재에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혁명수비대 지도부 상위 50%의 입국을 금지했다. 총 제재 대상은 1만여 명가량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외에도 캐나다는 이란의 여성 처우와 2020년 민간 여객기 격추 사건에 대한 추가적인 '표적 제재'를 약속했다.
IRGC는 2020년 1월 테헤란에서 이륙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는데, 사망한 탑승객 176명 중 138명이 캐나다 교민이었다.
아울러 이란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는 독일 정부에 테헤란 현지 독일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라고 촉구했다.
평화시위에 대한 이란 정부의 폭력진압에 비춰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영사급으로 격하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활동들도 유럽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를 명예시민으로 추대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명예시민은 "목숨을 걸고 위험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게도 수여된다"고 설명했다. 이달고 시장은 파리에 아미니의 이름을 딴 추모 장소 마련도 추진할 계획이다.
벨기에에서는 외무장관과 의원들이 의회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시위를 벌이며 연대의 뜻을 피력했다.
하자 라비브 벨기에 외무장관은 그러면서 이달 말 유럽연합(EU)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요청하겠다고 의회에 약속했다.
이란에서는 여성이 애도나 저항의 의미를 담아 머리카락을 자르는 오랜 풍습이 존재한다. 여기에 최근 시위 도중 숨진 남성의 누이가 장례식에서 울면서 머리카락을 잘라 관 위에 뿌리는 영상이 퍼지면서 저항과 연대의 의미를 담은 삭발 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편,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한 남성이 이란 대사관에 침입해 칼을 들고 이란 대사를 위협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와 연관된 범행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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