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거 D-30] ② 이번에도 중간선거는 '여당의 무덤'?…의회 권력 변화 주목
민주, 낙태권 판결 이후 진보 결집에 '고무'…그래도 최대 선거쟁점은 경제
'경제 실정 심판론 vs MAGA 심판론'…상원 민주·하원 공화 우세 전망 많아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의 11월 중간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막판 선거 변수와 그에 따른 판세 변화도 관심을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현재까지 판세로 보면 상원은 민주당이 현재와 같은 '턱걸이 과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하원은 다수당이 현재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가면서 의회 권력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선거 자체가 지난해 출범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심판 성격이 크고, 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도 여당인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이 아니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더 고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패배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반면 낙태 이슈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기후변화 대응 입법 등의 성과가 더해지면서 민주당이 상원에서 지금보다 1석을 더 추가하고 하원에서도 공화당과 의석수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다 2020년 대권 다툼을 벌였던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극우 공화당 심판론을 제기하면서 선거구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선거막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 경제 실정 심판론 대(對) 마가(MAGA)심판론…선거 변수는 =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당한 고전이 예상됐던 민주당이 '한번 해볼 만한 것 아니냐'는 현재 수준으로 되살아난 계기는 지난 6월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우위가 된 대법원이 반세기동안 연방 차원에서 보장됐던 낙태 권리를 하루아침에 폐기하자 여성 및 진보 유권자들의 분노가 표출됐고, 선거판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의 민심 변화가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화당 텃밭인 캔자스주의 낙태 관련 찬반 투표였다.
주 헌법에서 낙태권 보호 조항을 삭제할 것인지를 묻는 이 투표는 '찬성 41% 대 반대 59%'로 부결됐다.
캔자스주는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주였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투표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예상과 달리 큰 표 차로 승리하며 낙태권을 지켜낸 것이다.
여기에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 뒤 실시된 재보선(4번)에서 민주당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때 받은 지지율보다 평균적으로 5%포인트 이상 더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낙태 이슈 위력 확인과 맞물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른바 '마가(MAGA·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의미) 심판론'을 제기하면서 선거 구도를 아예 '민주주의 수호 대(對) 반(半)파시즘'으로 재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화당을 심판하고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안정적 다수당이 돼야 다시는 '낙태권 폐기 판결' 같은 퇴행적인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서 한 표를 호소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에서 임신·출산권 관련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부 보수 성향 주(州)의 낙태금지법을 겨냥, "우리는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사는 거냐"고 반문한 뒤 "만약 의회가 법을 만들었다면 이른바 지도자들은 낙태를 제한할 수 없다"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처럼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면적으로는 낙태 이슈가 가장 눈에 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속에는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자리잡고 있음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몬머스대학이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슈 우선 순위(중복 선택 가능)로 인플레이션을 꼽은 응답자가 82%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다 일자리(68%), 인프라 문제(57%) 등 다른 경제 이슈를 우선하여 꼽은 답변도 낙태권 문제(56%)보다 많았다.
이런 경제 이슈는 야당인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갤럽 조사(3일 발표)에서 공화당(51%)은 민주당(41%)보다 경제를 더 잘 살릴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40년만에 최악 수준으로 평가되는 인플레이션 상황도 민주당에는 악재다. 지난 6월 9.1%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세는 이후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생각보다는 둔화 속도가 느린데다 대중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다시 상승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막대한 기후변화 예산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입법 성과와 함께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 성과를 부각하고 있으나 역부족이 될 것이란 지적이 있다.
역대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인데 그런 정도까지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그동안 여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3번뿐이며 가장 최근은 9·11 테러 직후에 치러진 2002년이다.
여기에다 대통령 선거 없이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투표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낙태 이슈 등으로 결집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더 나올 경우 민주당이, 통상적인 투표율의 경우는 공화당이 각각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8년 중간선거의 경우 49.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 상원은 초접전 속 민주, 하원은 공화당 우위 = 전체 100석 중 이번에 35석을 새로 선출하는 상원은 중간선거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의석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선거가 실시되는 35석 중 21곳은 공화당, 14곳은 민주당이 현재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비슷한 규모로 나눠 가질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선거 예측 사이트 270투윈(270towin)은 35곳 중 13곳을 민주당 우세로, 20곳은 공화당 우세로, 2곳은 경합으로 각각 분류했다. 승패 예측이 어려운 경합지는 조지아주와 네바다주이며 여기에 각각 민주당, 공화당이 박빙으로 앞서는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선거 분석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도 270투윈과 유사한 전망을 내놨다.
538은 경합지인 조지아주의 경우 현직인 민주당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이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경쟁자인 허셜 워커 공화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추세로 분석했다. 워커 후보를 둘러싼 각종 추문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네바다주의 경우 현직인 캐서린 코테즈 매스토 민주당 상원의원이 공화당 애덤 락살트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51 대 49'로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538은 내다봤다.
두 경합지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일각에서는 상원 의석 비율이 '51 대 49'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435석 전체를 새로 뽑는 하원 선거의 경우 270투윈은 민주당 207석, 공화당 217석, 경합 11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민주당 208석, 공화당 215석, 경합 12석으로 판세를 보고 있다.
선거 분석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민주당 182석, 공화당 219석, 경합 34석으로 분류했다.
사이트별로 의석 전망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하원 다수당은 공화당으로 넘어갈 것이란 분석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는 민주당이 220석, 공화당이 212석이며 3석은 비어있다.
상원 의원 선거와 하원 의원 선거가 이처럼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이번에 재적 의원의 3분의1 정도만 선출하는 상원과 달리 하원은 전체 의원을 다시 선발하는 데다가 지역 선거이기 때문에 전국 단위 선거 이슈에 영향을 비교적 덜 받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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