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8월 경상수지 30억弗적자, 전방위 대응통해 위기설 진화해야
(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가 30억5천만달러(약 4조3천36억원) 적자로 집계됐다고 7일 발표했다. 한은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8월 상품수지는 44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서비스수지마저 7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비스수지 중에선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작년 8월 대비 3억6천만달러 커진 9억7천만달러에 이른 게 눈에 띈다. 한국 경제의 보루로 평가되는 수출이 흔들리고 8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하면서 '경제 위기설'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국내로 유입되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을 경우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또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된다. 최근 한 달 새 정부 당국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느라 외환보유액이 약 200억달러 급감하기도 했다. 최근 일부 외신은 1997년처럼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들어 한국 원화, 필리핀 페소화를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기도 했다. 정부는 경제 위기설을 잠재울 수 있도록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다만 한은은 이날 경상수지 흐름에 대해 "8월 경상수지는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94억9천만달러)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9월 들어 무역적자(-37억7천만달러)가 크게 축소된 만큼 9월 경상수지는 흑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어 올해 연간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한국은행과 국제기구는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300억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적자 전환한 경상수지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18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포함한 관계 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정부는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상품 대책, 여행과 운송 등 서비스 수지를 개선하기 위한 국제수지 대응 방향을 확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대외건전성의 기본 안전판은 경상수지"라며 "올해 연간으로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긴 하지만, 이런 흑자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11조원을 밑도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려 약 3년 만에 전년 분기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어닝 쇼크' 소식이 나왔다. 이에 앞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차별 논란이 일었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본격 시행된 이후인 지난 9월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이전 달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소식도 들린 바 있다. 나아가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기업에 미국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데, 이로 인해 중국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산업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고환율 등 급변하는 대외환경 탓에 기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재검토하는 국내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6일(현지시간) 경기침체 및 금융 불안정성에 대한 위험 증가를 거론하면서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기존의 2.9%에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경제 불안정성이 확산하는 가운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안팎으로 어두운 소식이 잇따르는 형국이다. 요즈음 우리 경제는 복합적 위기와 함께 경상수지 적자가 더해지면서 수출과 수입, 물가와 금융 등 전선이 전방위적으로 형성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전방위적 대응을 통해 경제 위기설을 진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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