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 2차 쿠데타 다음날 수도서 총성…"前대통령 반격"(종합)
프랑스 부인 불구 사태 개입 논란…AU, 유엔 등 "비헌법적 정권 교체" 규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2차 쿠데타가 발생한 다음 날인 1일(현지시간)에도 수도 와가두구 도심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시내는 평온한 듯했으나 정오께 총성이 울리자 중무장한 보안군이 차를 타고 시내 중심으로 돌진했다. 공중에는 헬리콥터가 비행하고 특수부대원들이 탄 차량이 나타나자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일부 주민은 몸을 피했다.
AFP통신도 시내에 군인들이 배치돼 주요 지점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선 전날 이브라힘 트라오레 대위가 이끈 일단의 젊은 장교들이 군정 지도자이자 임시 대통령인 폴 앙리 다미바를 축출했다. 이들은 다미바 임시 대통령이 9월 말까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진압에 진전을 보이겠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면서 국가 안보 우선을 거사 이유로 밝혔다.
새 군정 지도자 트라오레는 이날 총성과 관련, 다미바 전 대통령 측의 반격이라고 밝혔다. 34세의 특수부대장 출신인 그는 쿠데타 후 처음으로 현지 라디오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상황을 가까스로 안정시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라오레와 함께 거사한 장교들도 국영방송으로 낭독한 성명에서 다미바 전 대통령이 현지의 프랑스 군 기지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이 같은 반격을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와가두구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은 자국군이 최근 부르키나파소 사태에 개입했다는 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프랑스는 와가두구에서 30㎞ 정도 떨어진 캄보인신(Kamboinsin)에 특수부대 분견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새 군부 측은 자신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맞선 대테러전에서 프랑스가 아닌 다른 파트너들과 손을 잡으려고 하자 다미바와 프랑스군이 이같이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잠재적 파트너 국가는 명시적으로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일 가능성이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거리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프랑스 대사관에 불길이 보이고 그 주변에서 몇 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로이터 기자가 전했다.
반면 부르키나파소군 참모부는 이날 성명에서 새 쿠데타를 "군 내부 위기"로 평가절하하고,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당시 다미바 중령은 이슬람 무장대원의 준동에 민간 정부가 제대로 대처를 못 한다면서 치안 회복을 내세우며 쿠데타로 집권했었다.
부르키나파소 군정은 나중에 역내 블록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와 2024년 7월 1일까지 민정을 복귀하기로 의견 접근을 보는 와중에 2차 쿠데타가 일어났다.
아프리카연합(AU)은 이번 2차 쿠데타에 대해 "비헌법적 정권 교체"라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규탄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도 새 쿠데타 주도 세력에 기존 합의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새 쿠데타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미국도 사태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평온을 되찾을 것을 촉구했다.
서아프리카에선 지난 2020년 8월 말리를 필두로 기니, 차드 등에서 쿠데타가 벌어졌다. 말리에선 9개월 만에 2차 군사 정변이 터져 임시 대통령이 쫓겨나고 임시 부통령이던 군정 지도자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부르키나파소에서 이번 2차 쿠데타가 발생한 것과 관련, 이슬람 급진주의자 소요에 군이 일치단결해 대응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군 내부 위기가 정국 불안을 가중한다고 우려했다.
내륙국가인 부르키나파소는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7년째 이어지는 이슬람 세력의 무장 공격에 수천 명이 사망하고 200만 명 이상의 실향민이 발생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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