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인터넷 케이블, 노르트스트림 다음 타깃?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발트해 해저의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이 의문의 폭발로 가스가 새는 사고가 발생하자 바닷속에 복잡하게 깔린 국제 통신케이블도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미국 매체 폴리티코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6~27일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트르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에서 잇달아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서방과 러시아는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는 모두 이번 가스관 사고가 외력에 의한 파괴공작의 결과라는 점에선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서방은 러시아가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악화시키기 위해 어뢰 등을 터트려 가스관을 훼손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러시아는 도리어 미국 배후설을 거론하고 있다.
워낙 보안 장치가 변변찮은 해저 깊은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 사고 책임자를 가리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연스럽게 사건의 장본인이 다음 목표를 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스관과 같이 해저에 깔린 국제 통신케이블도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해저 통신케이블이 어느 특정 국가기관이나 비정부 단체 등의 공격을 받은 전례가 없다. 케이블 사고의 대부분은 어선의 그물 등이 걸려 발생했다.
하지만 해저 가스관이 터진 상황에서 이들 통신케이블도 더는 테러 등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해저에는 광섬유 파이프 400개 이상이 복잡한 미로처럼 설치돼 있다. 이들의 총연장은 130만㎞에 달한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프랑스의 알카텔 해저 네트웍스, 중국의 화웨이 해저 네트웍스 등 유수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망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 해저 통신망은 유튜브부터 국제 금융거래까지 전 세계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디지털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같은 중요성에도 바닷속 깊은 곳에 설치됐다는 점에서 위협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공해 해저에 깔린 케이블에 대해 특정 국가가 조치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해저 통신케이블은 러시아와 같은 전제주의 정권이 대립국의 민간시설 등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러시아 정보전 전문가인 키어 가일스는 "해저 케이블은 분쟁의 공격 목표가 된 지 10여년 됐다"라며 "이 자산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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