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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점령지 합병투표 종료…압도적 가결 및 합병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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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점령지 합병투표 종료…압도적 가결 및 합병 '초읽기'
초기 개표서 찬성률 96% 넘어…당일 밤 예비결과 발표, 5일내 확정
합병절차 속전속결 추진…푸틴, 30일 합병 선언 예상
러, 핵 위협하며 전황 반전 시도…우크라 "아무 영향 없다"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의 러시아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27일(현지시간) 오후 종료됐다.
이번 투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및 루한스크(러시아명 루간스크)주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지난 23일부터 닷새간 치러졌다.
이미 러시아는 투표를 통해 이들 지역을 정식으로 자국령으로 선언하면 향후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못 박았다. 필요할 경우 영토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쓰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번 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대화의 문도 막힌 채 더욱 치열한 전투가 이어질 전망이다.


◇ 선관위 투표 강요 속 영토합병 가결 확실시
로이터, 타스 등 통신에 따르면 치안 문제로 시간이 연장된 도네츠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투표가 이날 오후 5시 종료됐다.
이들 지역의 면적은 약 9만㎢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 정도이자 포르투갈 전체와 맞먹는다.
4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저녁 투표 예비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 결과는 앞으로 5일 내 확정된다.
전날까지 지역별 투표율은 DPR 86.89%, 헤르손 63.58%, 자포리자 66.43%를 기록했다. LPR은 이날 정오까지 90.64%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50%를 넘기면 결과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게 러시아의 입장이다.
모스크바 선관위 방송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약 15~20%의 투표를 개표한 결과 지역별 찬성률은 96~98%에 달했다.
이에 따라 4개 점령지 모두에서 압도적인 찬성률로 영토 합병이 가결될 것이 확실시된다.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에서는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97%의 찬성률로 가결된 선례가 있다.
그러나 선거기간 내내 러시아군이 현지를 점령한 가운데 선관위가 주민들을 방문하며 사실상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도 끊이지 않았다.


◇ 의회 거쳐 푸틴 승인까지 '일사천리' 진행 전망
러시아는 개표 결과 영토 편입안이 가결되는 대로 후속 절차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이 오는 30일 러시아 의회에서 상·하원 연설이 예정돼 있다"며 "이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 연방 가입을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이날 밤 합병안을 발의하고 28일 이를 의결한 뒤, 29일 상원이 이를 승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이날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다음 달 4일 공식적인 영토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과 '닮은 꼴' 사례인 크림반도 합병은 투표부터 영토병합 문서 최종 서명까지 모든 절차를 완료하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17일 주민투표 이튿날 푸틴 대통령이 합병조약을 체결하며 영토 귀속을 기정사실로 했다. 이후 의회 비준과 병합 문서 서명까지 절차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 동북부 전선 대패 후 서둘러 투표 추진
이번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전선 전역에서 교전이 지속될 정도로 점령지 상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치러졌다.
애초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를 미처 점령하지 못한 상황에서 11월 4일 '국민 통합의 날'에 투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부 하르키우주를 대부분 탈환하고 헤르손과 루한스크주까지 위협하는 등 전황이 급변하면서 투표 일정이 갑작스럽게 정해졌다.
러시아는 주민투표를 통해 이들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공식화함으로써 전쟁 명분을 강화하고 자원 동원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민투표 일정이 결정된 이튿날인 지난 21일 동원령을 발동하는 한편 점령지의 자원병과 민병대에 법적으로 군인 지위를 보장하는 조치를 명령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동원령이 벌써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 러, 영토방어 명분 핵 위협…국제사회 추가 제재 추진
러시아는 이번 투표를 통한 영토 합병 이후 전쟁의 성격이 바뀌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핵심은 지금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특별 군사 작전'을 벌여왔다면, 앞으로는 자국 영토에 대한 침공을 방어하기 위한 사실상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러시아는 영토 보전이 위협받을 경우 모든 자위력을 쓸 수 있다는 핵무기 사용 원칙도 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국가와 국민 방어를 위해 분명히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며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주민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영토 탈환 공세를 지속할 계획이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주민투표가 종료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고 결과도 나올 것"이라며 협상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도 이날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푸틴의 이번 결정이 정치와 외교, 전장의 작전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역시 이번 주민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모색하고 있어 이번 전쟁의 장기화와 격화가 불가피해지게 됐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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