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대동맥류, 암·치매·우울증 발병 위험도 높인다"
은평성모병원, 1만4천명 분석…"특정 질환 발병 연관성 첫 규명 성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뱃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며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복부 대동맥류가 암은 물론 치매와 우울증 발병 위험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공동 연구팀(황정기, 김미형, 조형진)은 2009∼2015년 복부 대동맥류 진단을 받은 환자 1만4천920명과 나이·성별이 일치하는 건강한 성인 대조군 4만4천760명을 대상으로 각종 질환 발병 위험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6일 밝혔다.
복부 대동맥류는 배, 골반, 다리로 피를 보내는 대동맥이 동맥경화나 노화 등으로 탄력을 잃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보통 혈관의 지름이 정상 혈관(2㎝)보다 1.5배 이상 커진 경우를 말하는데, 파열되면 사망률이 80% 이상이기 때문에 흔히 뱃속의 시한폭탄으로 비유된다.
연구 결과를 보면, 복부 대동맥류 환자는 비교 대상으로 삼은 50여 개 암 중에서 간암, 췌장암, 폐암의 발병 위험도가 정상 대조군보다 각각 38%, 43%, 39% 높았다.
또 복부 대동맥류 치료를 위해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환자들에게서는 혈액암의 일종인 백혈병 발병 위험이 3.8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형진 임상강사는 "혈액암 위험이 높은 건 대동맥류 치료를 위해 복부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면서 이뤄진 방사선 피폭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복부 대동맥류는 환자의 정신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복부 대동맥류 환자군의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위험도가 정상군보다 각각 38%, 78%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 우울증 발병 위험도 대조군보다 40% 높았다.
황정기 교수는 "국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복부 대동맥류와 특정 질환 발생의 연관성을 처음 규명함으로써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밝힌 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복부 대동맥류의 치료 과정과 치료 후 경과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혈관외과학회지'(Journal of Vascular Surgery),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수술 치료 및 연구 연보'(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 최근호에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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