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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르포] 밤새 이어진 폭발음·총성…"무서워 밖에 못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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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르포] 밤새 이어진 폭발음·총성…"무서워 밖에 못나가"
20대 주축 시위, 매일 장소 바꿔 집결…당국, 인터넷 차단
강경 진압 속 "41명 사망"…시위 취재 기자 다수 체포돼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펑'하는 폭발음과 총소리가 계속 났어요.무서워서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어요."
25일(현지시간)이란 테헤란 모처에서 만난 파타메(가명·25)씨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전날 밤 자신이 사는 집 근처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고,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있었다.
보안군과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진압봉을 휘둘렀다. 이에 분노한 시위대는 경찰 오토바이들을 불태웠다.
시위대는 "우리는 하나다.(정권은)두려워하라","싸워라. 우리는 되찾을 것이다"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총성이 울리자 시위대는 주택가 골목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보안군은 이들을 찾기 위해 한 집 한 집 수색했다.
파타메는 새벽에 시위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며 숨겨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은 이란인들의 광범위한 분노를 촉발했다.
시위는 아미니가 사망한 후인 지난 17일 시작돼 9일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졌다.

국영 IRIB 방송은 이날까지 시위대와 경찰 등 4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사상자 수와 체포된 인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지난 21일 기준 1천명이 넘는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전했다. 현재 체포 인원은 수천 명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헤란에서 자영업을 하는 알리(가명·24)씨는 한 다리만 건너면 주변에서 체포된 지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시위를 지지하고 참여를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당국의 보복이 두려워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집회·시위를 엄격히 통제하는 이란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번 시위는 이란에서 '테헤하쉬터디'(20대를 일컫는 이란어)로 불리는 젊은이가 주축이 됐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면서 매일 유동적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결집한다.
과거 테헤란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중남부 아자디 광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남부는 물론 부유층이 사는 북부 지역까지도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21일에는 테헤란 중부 케샤바르 불리바르 지역과 파테미 거리를 중심으로 시위가 일어났고, 이튿날에는 동부 지역인 테헤란 파르스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지난 23일에는 부유층이 사는 북부 타즈리시와 파크웨이 지역에서 많은 시민이 모여 행진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대학생 알리레자(가명·21)씨는 "우리의 친구, 우리 주변의 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라면서 "시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 당국은 시위대 결집을 막기 위해 지난 20일부터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이란에서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SNS는 이번 시위 이전에도 사용할 수 없었다.
당국은 시위가 주로 벌어지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는 휴대전화의 데이터 통신을 모두 차단하고 있다.
시위를 취재했던 언론인도 다수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테헤란기자협회는 24일 낸 성명을 내고 "시위 현장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언론인이 체포됐다"며 구금된 기자 9명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25일 밤에도 테헤란 엥겔랍 광장에서 시위가 예정돼 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은 "저녁 시간대 외출을 삼가고, 시위대를 구경하거나 사진 촬영을 하지 말아달라"면서 교민에게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아미니는 지난 16일 테헤란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심장마비가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지만,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단속하는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는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조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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