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러시아 연료 수입 추진…마르코스 "국익이 최우선"
블룸버그 인터뷰…바이든과 정상회담서는 양국 동맹 중요성 강조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관련된 잠재적 우려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며 러시아산 연료와 각종 원자재 수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25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2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연료를 수입하기 위한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공급원에만 의존할 수 없어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며 "연료뿐만이 아니라 사료, 비료 등 농업용품과 농산물 등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의 제재와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곤란한 면이 있지만, 국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 인터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인 23일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지난 22일 정상회담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방안을 논의했다.
필리핀은 미국과 70년간 상호 방위 조약을 통해 군사적 동맹 관계를 맺어왔지만, 최근에는 친중 노선을 걸어왔다.
전임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난하면서 중국에 친화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 외교 정책 방향이 관심을 모았다.
필리핀은 지난달에는 약 3천억원 규모의 러시아산 군용 헬리콥터 구매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11월 러시아산 Mi-17 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올해 1월에 선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두테르테 정권이 계약을 취소하기로 했고,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후 취소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취임 전후에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독자적인 외교 행보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다.
이는 강대국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고, 러시아 연료 수입에서도 이러한 면모가 드러났다.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로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 현 대통령은 올해 5월 선거에서 승리해 6월 30일 공식 취임했다.
전 세계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필리핀 경제도 인플레이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리핀 통화인 페소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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