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택소노미' 채택된 원전, 생태계 회복·수출 탄력받을 듯
금리 인하로 기업 자금 조달에 긍정적…해외서 韓원전 인식 제고
핵폐기물 처리 등 안전 문제도 부각…신재생 축소 우려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권희원 기자 = 정부가 20일 '친환경 경제활동' 기준인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키로 하면서 국내 원전 산업의 생태계 회복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또 해외에서 원전에 대한 신뢰성 재고로 수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 등 안전에 대한 우려도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집중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부는 이날 원전을 포함하는 녹색분류체계 개정안을 공개했다.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을 정부가 공식화한 것이다.
원전업계는 그동안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을 줄곧 요구해온 만큼 이번 결정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으로 미래 원전 기술개발, 설비투자, 인력양성 등 원전 분야 전반에 대한 투자 유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조달 금리 절감 등 기업의 금융 애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자력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이 있어 자금 조달이 더욱 쉬워져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된다"며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기술개발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설비 투자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원전 협력업체들에 925억원 규모의 긴급 일감을 공급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일감을 추가로 발주해 원전 산업의 생태계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은 원전 수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 원자력을 그린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다고 다른 나라들이 인식하게 되면 원전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의 K-택소노미 포함으로 노릴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인식 제고"라며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을 EU(유럽연합)와 우리 정부 모두 인정함으로써 국민 인식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내년에는 체코와 폴란드 등이 원전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그러나 정부가 원전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재차 부각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방사능 유출 우려와 핵연료 보관 및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부지 선정부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반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장 설치 때도 지역 주민 반대로 매번 홍역을 치르는 상황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하는 데까지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인신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EU의 택소노미를 한국식으로 들여와 원전을 여기에 포함시킨다는 것인데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한 핵폐기물 처리 기준 등을 갖추고 있어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며 "원전의 안전성을 경시한 채 급가속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오는 2030년에 원전 발전량 목표치를 전체의 32.8%로, 신재생에너지는 21.5%로 제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해 10월 확정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비해 원전은 8.9%포인트(p) 높고 신재생에너지는 8.7%p 낮은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RE100(2050년까지 사용 전력을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 이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실현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에너지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의 RE100 이행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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