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인 줄…호주 거미, 기막힌 곡예로 개미 사냥
'개미 살인마' 별명…몸집 최대 3배 사냥감 0.614초 만에 낚아채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 뽑아 개미에 정확히 붙여"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호주 거미가 백발백중에 가까운 사냥 실력으로 자기 몸집보다 큰 사냥감을 눈 깜짝할 새에 포획한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호주 매쿼리대 행동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꼬마거미과에 속하는 호주의 거미(Euryopis umbilicata)가 '태양의 서커스'에 버금가는 곡예술로 개미를 거미줄로 감싸 '포장'해 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의 알폰소 아세베스-아파라시오 교수는 우연히 유칼립투스 나무 옆을 지나가다가 나무가지 위에 있던 거미가 자기 몸집보다 3배나 큰 개미를 단숨에 거미줄로 낚아채는 모습을 목격했다.
거미 주변의 개미들은 나무가지 위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이후 거미줄에 묶여 나무에 매달린 채로 발견됐다.
연구팀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거미가 개미를 나무에 묶어놓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0.614초였다.
연구팀은 순식간에 개미를 해치우는 이 거미에게 '개미 살인마'라는 별명을 붙였다.
'개미 살인마' 호주 거미가 사냥하는 모습. [호주 매쿼리대 행동생물학 연구팀의 '빠른 곡예 동작으로 위험한 먹이를 사냥하는 교목성 거미' 논문에 실린 영상. 영국 일간 가디언 유튜브]
연구팀은 이 거미가 개미 사냥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칼립투스 군락지에서 거미줄에 쌓인 곤충 사체를 수집했다.
발견한 사체 182개 중 181개는 '설탕개미'였는데, 이 개미 역시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종으로 설탕이 든 음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설탕개미의 크기는 5∼15㎜로 일개미 중에서도 비교적 몸집이 큰 편이다. 호주 거미는 5㎜ 정도다.
고속 카메라로 나무 위에서 거미의 사냥 모습도 촬영한 결과, 거미는 1천분의 1초의 속도로 개미의 몸통 위로 몸을 홱 젖히는 곡예를 펼친 뒤 개미에 거미줄을 붙였다.
논문 공동저자인 마리 허버스타인 매쿼리대 행동생물학과 교수는 "이 거미는 마치 액션 영화의 스턴트맨 같다"면서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뽑아서 개미가 떨어지기 전에 정확한 위치에 거미줄을 붙인다"고 말했다.
호주 거미는 총 60차례의 사냥 시도에서 85%의 성공률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동물의 왕국'에서 보기 드문 엄청난 사냥 실력이라고 평가했다.
허버스타인 교수는 "거미가 개미의 단단한 턱으로 돌진해 곡예적이고 정확한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알면 놀랄 수밖에 없다. 실패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거미의 초고속 운동을 연구하는 사다 밤라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생체분자공학과 교수는 거미가 자기 몸집보다 더 큰 사냥감을 잡기 위해 거미줄이라는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에 주목했다.
밤라 교수는 "우리는 인간과 영장류만 도구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거미도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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