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R&D 예타 제도 개선한다…면제 기준 완화하고 신속조사 도입
여러 단계 거치는 사업은 후기계획 덜 구체적이어도 승인…사업계획 변경도 허용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앞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초기 단계 계획이 합리적이라면 후속 단계의 계획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사업 개시가 가능해진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예타)가 면제되는 총사업비 기준이 완화되고, 일부 주요 정책사업에 대해서는 예타 조사 기간이 줄어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18일 제7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이하 '총괄위원회')에서 이같이 심의·의결된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편되는 예타 제도에는 '유연성 확대', '적시성 강화', '투자 건전성 확보', '조사 신뢰도 향상' 등 크게 4가지 방향성에 초점을 두고 7대 과제를 마련했다.
개편과 관련된 세부 지침은 11월까지 마련하고 12월에 접수되는 사업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 여러 단계로 구성된 사업의 평가 합리화
과기정통부는 여러 단계로 구성된 사업에서 초기 단계 과제 구성이 합리적이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후속 단계 계획은 사업이 시작된 뒤 일정 시점에 연구 성과와 기술 변화 등을 반영해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 성과를 낸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실증을 추진하는 내용의 사업이라면, 처음부터 실증 계획을 너무 구체적으로 기획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또, 후속 단계 사업을 확정하기 어려운 도전적인 사업에 대해서도 초기 단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예타 조사 결과를 도출하기로 했다.
미래의 연구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데 사실상 수립할 수 없는 계획을 요구해온 현 예타 제도를 개선하고 사업 개시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 신기술 등 기술 특정 불가능한 사업도 활성화
신기술 분야 등 기술을 특정할 수 없는 사업인 '기술비지정형 사업'에 대해서는 맞춤형 조사지표를 마련한다.
기술비지정형 사업이란 어떤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 연구·개발(R&D) 대상 기술을 특정할 수 없다는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사업을 말한다.
과기정통부는 기술비지정형 사업에 대한 정의를 더 명확히 하고 조사항목과 조사방법론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관련 지침을 개선한다.
또 기술비지정형 사업에 적합한 편익 산정 방식을 발굴해 경제성 분석 과정에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개편에 따라 사업에서 과제와 기술이 고정되는 경직성을 극복하고 재정 낭비를 방지하면서도 효과적인 성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 중간평가를 통한 사업의 계획변경 허용
예타 통과 이후에는 기술 환경을 반영해 사업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한다.
필요하다면 사업 운영과정에서 계획 변경이 논의될 수 있도록 예타 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적극적으로 제언하겠다고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국가전략기술과 탄소중립 등 임무 중심형 사업에서 사업계획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평가를 거쳐 계획변경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때는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임무중심형 사업 목적의 합리성과 과제 구성의 적절성 등을 다시 평가해 조정한다.
◇ 예타 면제 기준 1천억원으로 상향하되 1조원 넘는 대형사업은 조사 강화
과기정통부는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사업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예타를 거치지 않는 총사업비 기준을 현행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반면 총사업비 1조원 이상이면서 사업 기간이 6년 이상인 대형 사업에 대한 사전검토 절차는 강화한다.
이를 위해 총괄위원회 아래 사전검토 소위를 신설하고, 사전검토 기간을 1개월에서 2개월로 늘릴 계획이다.
대형 사업 사전검토 과정에서 사업계획 등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있다면, 소위 의결을 통해 예타 접수를 보류한다.
과기정통부는 제도 개편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의 유연성과 투자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예타 제도 운영의 취지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시급한 조사 필요한 경우엔 패스트트랙 도입
시급한 조사 필요성이 인정된 주요 사업에 신속조사 방식(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예타 기간을 현행 7개월에서 4개월 반으로 단축한다.
대상은 총괄위원회 의결 등을 통해 시급성이 인정되고, 총사업비 3천억원, 사업기간 5년 이하인 주요 정책 관련 사업이다.
또 각 부처에서 신뢰성 있는 자체 타당성 평가 결과를 제출했다고 인정된 경우여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올해 12월부터 내년 8월까지 시범운영을 통해 간소한 평가가 가능한 항목을 발굴·검증할 예정이다. 이후 효율적인 조사 방법을 마련해 신속 조사를 확대 시행한다.
◇ 비용편익분석 등 평가요소 객관성 확대
과기정통부는 예타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조사진과 자문위원에게 혼동을 줄 여지가 있는 평가항목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는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항목에 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는 의미라고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경제성 분석을 고도화하기 위해 비용편익분석(B/C 분석)에 대한 피드백을 정례화해 편익 산정을 개선한다.
비용편익분석이란 사업으로 발생하는 유·무형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는 방법론을 말하는 행정학 용어다.
또 종합평가위원회 위원 수를 현행 12명에서 14명으로 늘리고, 재정분과를 신설해 투자 필요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
◇ 전문가 의견 수렴 창구·동료평가 확대
과기정통부는 예타 조사 결과의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의견수렴 창구를 확대한다.
현재 선택적으로 운영되는 기술 소위를 임무중심형 사업에서 필수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소위에 학회·협회·기업 등 관련 업무 종사자를 포함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연구논문 등에 대해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동료평가'를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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