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텍사스 불법입국자 분산 놓고 "위선"·"혼란초래" 공방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남부 국경지대에 위치한 텍사스주가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 분산 조치 대상을 '불체자 보호도시'(성역도시)를 자처하는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확대한 후 일리노이 주지사와 텍사스 주지사간 설전이 가열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리노이 주지사는 민주당, 텍사스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단속을 완화한 후 텍사스주에 물밀듯이 밀려든 중남미인들을 '성역도시'들로 분산하겠다고 공표하고 지난 4월부터 워싱턴DC와 뉴욕으로 보낸 데 이어 지난달 31일부터 시카고로 그 대상을 확대했다.
이후 지금까지 텍사스주에서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이송된 불법입국자는 약 400명.
시카고시는 이 가운데 약 100명의 거처를 남서 교외도시 버리지의 2개 호텔로 슬그머니 옮겨 해당 지자체의 반발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또다시 90여 명을 북서 교외도시 엘크그로브 빌리지의 한 호텔로 이동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크레이그 존슨 엘크그로브 시장(공화)은 "시카고 시나 일리노이 주정부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민주)과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본인들이 텍사스 주지사에게 비난을 퍼부은 바로 그 일을 우리에게 그대로 했다.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게리 그라소 버리지 시장(공화)도 "시카고 시가 사전 협의는 커녕 아무 통보 없이 불법입국자들을 떠안겼다"며 "갑작스러운 불법이민자 유입이 당황스럽기만 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애벗 주지사는 "민주당 엘리트들은 철저히 위선적이다. 그들의 위선이 이제 온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성역도시를 자처하는 시카고의 라이트풋 시장과 프리츠커 주지사가 텍사스주에 큰소리치면서 받은 불법입국자들을 공화당 성향의 교외도시로 내몰았다고 비난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애벗 주지사가 '정치 게임'을 하면서 미 전역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혼란의 씨 뿌리기를 당장 멈추라"고 말했다.
그는 "텍사스주가 일방적으로 보낸 불법입국자들을 위한 쉼터를 급히 찾다보니 해당 지자체에 사전 통보할 겨를이 없었다"며 "특정 도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객실이 충분히 있는 호텔들을 찾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외 도시 시장들은 "시카고에 호텔 방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존슨 시장은 "우리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고 싶다. 그러나 주민들의 안전과 보건·복지에 아무 위협이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며 주정부나 시카고 시가 제대로 절차를 밟았더라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텍사스주에서 이송된 불법입국자들의 호텔 비용은 일리노이 주정부가 모두 부담한다며 "이들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했으며 일부는 이미 일자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불법입국자들이 가장 많이 이송된 워싱턴DC의 뮤리엘 바우저 시장은 대응책으로 시 전역에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연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텍사스주 당국은 "남부 국경을 넘다가 체포되는 중남미인 수는 매달 10만 명 이상, 이번 회계연도에만 129만5천900명"이라며 "밀입국 성공자들은 제외된 숫자"라고 전했다.
텍사스주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급증한 불법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애벗 주지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정책을 강화할 때까지 불법입국자들을 계속 성역도시로 분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