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준국 유엔대사 "北 핵실험시 제재못하면 비핵화 어려워져"
"北인권문제,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문제 아냐…우리가 당사자"
"한국, 글로벌 중추국가 역할할 것…국제적 연대·협력 강화"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강건택 특파원 =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11일(현지시간)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추가 제재가 좌절될 경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황 대사는 미국 뉴욕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또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금 커다란 물음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북한 인권 문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면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제77차 유엔총회 개막을 앞둔 황 대사는 "자유, 인권,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역할을 하겠다"며 "한쪽 편에 서기보다는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황 대사는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대한민국은 유엔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나라'라는 언급을 했다고 소개하면서 "사무총장의 진심이라고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황 대사와의 일문일답.
-- 뉴욕 유엔대표부에만 세 번째 부임인데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 대통령께서 강조하는 자유, 인권,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해서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국제사회에 기여해 나가겠다.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역할을 해나가겠다.
-- 세계가 '민주 대 비민주' 구도로 재편되면서 몇십 년 만에 새로운 냉전 체제가 구축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유엔 대사로 부임했는데.
▲ 지난 10년간 중국이 크게 성장했고 (올해 2월에) 우크라이나 사태도 발생했으니 반쯤은 맞는 말이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미국과 서방 중심의 원칙과 질서가 변화하는 큰 흐름이 있는 것은 맞다.
또 한편으로 이와 비슷한 비중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기후변화, 전쟁과 연결된 식량·에너지 위기이다. 국제사회의 많은 나라가 서로 얽힌 이런 문제들은 많은 나라가 연대하고 협력해야만 극복이 가능한 위기 상황이다.
그래서 유엔이 정치적으로 분열된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연대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다.
이번 제77차 유엔총회 모토가 '분수령의 시간'이다.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협력하고 단합하지 않으면 분수령의 순간에서 잘못된 길로 간다는 뜻이다.
우리 외교의 나아갈 바는, 한쪽 편에 선다는 차원이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긴축재정의 와중에서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지구촌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차원이다. 각국의 유엔대사들은 우리가 ODA를 대폭 증액했다는 것을 상당히 인상 깊게 받아들이고 있다.
--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외교를 펼치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우리는 중국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유엔 회원국들의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 신장 위구르 문제는 유엔 최고인권대표가 임기 종료 직전에 인권 조사 보고서를 내고 물러날 정도로 뜨거운 이슈다. 최고인권대표로서도 고민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런 문제에 대해 우리가 대통령 말씀대로 자유, 인권, 보편적 가치를 국정철학의 맨 위에 놓고 있다는 것과 특정 국가의 특정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한다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 그 특정 국가가 특히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이고 상당히 복잡한 관계에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어떻게 다루느냐는 다른 영역일 수 있다. 외교적 고려가 가미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입장을 어떻게 표명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은 (외교부) 본부에서 하고 있다. 우리도 유엔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할 일을 하면 된다.
-- 최근 몇 년간 우리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기는 했지만, 공동제안국에는 참여하지 않았는데.
▲ 북한인권결의안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소극적이었던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공동제안국에 참여하고 정상화로 나가야 한다. 북한 인권은 우리가 보편적인 가치를 수호한다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고, 다른 인권 문제와도 좀 다르다.
2014년에 나온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아주 정확하게 기술돼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아주 심각하고 광범위하며, 조직적으로 국가 정책에 의해 이뤄지는 인권유린 행위라고 말이다. 이런 국가 정책을 기반으로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으며, 이런 경우는 북한 이외에는 21세기에 다른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돼 있다.
북한 인권 상황은 우리가 아는 보통의 인권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 보고서는 안보리가 개입해야 한다고 정식 권고했다. 안보리가 평화와 전쟁의 문제를 다루는 곳이지만, 이 문제는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안보리가 책임 있는 자들을 '표적 제재'하고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안보리가 2014년 핵 문제와는 별도로 북한 인권을 어젠다로 채택했는데 개별 국가의 인권 문제를 안보리가 독립 의제로 채택한 사례가 거의 없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이 말씀한 보편적 가치의 수호자로서의 입장뿐 아니라 북한 인권은 민족의 문제이고 핵 문제와 직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결국 북한 정권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당사자라는 관점에서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갖고 다뤄야 한다.
--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그동안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많이 부과했는데 더 추가할 만한 게 있을까.
▲ 머리를 짜내다 보면 얼마든지 더 있겠지만, 사실 지금 있는 제재도 충분히 강력하다. 충분히 이행만 된다면 북한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돼 있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구조상 어느 한 나라에 완전히 의존하는 상황이고,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곳에서 위반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유엔은 강제 집행의 역량에서 허점이 많은 곳이어서 이행은 회원국들의 의지에 달렸다.
지난 5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에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십몇 년을 통틀어 처음으로 발생한 일이었다. 과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실험 때도 똑같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금 커다란 물음표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계산이 복잡해졌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다만 그래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지금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만약 거부권을 행사하면 북한에 '핵실험을 해도 안보리가 아무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 된다.
--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해 중국, 러시아와 접촉하면서 논의하는 게 있나.
▲ (외교부) 본부 차원에서 하고 있고, 한중외교장관 회담도 했다. 저희도 유엔에서 중국과 만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히 물 건너가는 상황이 된다면 중국과 러시아도 자국에 이득이 되겠는가를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가 흔들린다는 것만으로도 중국과 러시아에 좋은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할 때 동북아시아의 전략적인 군사안보 환경이 과연 중국에 유리해지겠는가에 대해서도 중국이 잘 생각해야 한다.
-- 북핵 외교 전문가로서 생각하는 북핵 문제 해법은.
▲ 사실 북핵 문제의 해법이나 묘책이랄 것이 있기 어렵다. 지금 정부가 추구하는 세 가지 요소는 억지, 압박, 대화다. 이 세 가지를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유엔 총회에서 한국이 선도해 나갈 분야는.
▲ 평화, 개발, 인권 등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우리에게는 북한 문제가 최고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대한민국은 유엔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나라'라는 인상적인 말을 했다. 193개 회원국 중 사무총장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나라가 몇 개나 되겠는가. 사무총장의 진심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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