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월가 환율전문가 마크 챈들러 "강달러 6개월은 더 갈 것"
"韓, 금리인상 '느림보'…경쟁력 고려해 원화약세 용인하는 듯"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제 생각에 미국 달러화의 기저에 있는 힘(underlying strength)이 6개월은 더 갈 것 같습니다."
미국의 환율 전문가 마크 챈들러 베넉번글로벌포렉스 최고시장전략가는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달러의 힘이 조금 더 오래 갈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올해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로 인한 식량·에너지난,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확실성 고조로 더욱 두드러진 달러 쏠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치솟는 달러 가치는 "연준이 향후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즉 시장이 통화긴축 사이클의 끝을 기대할 때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챈들러는 예상했다.
챈들러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연준은 마지막 금리인상으로부터 5∼18개월 뒤 첫 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그 평균 기간은 10.5개월이다.
강달러 추세가 지구촌 공통의 현상이기는 하지만, 특히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년 5개월 만에 1,38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시장의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해 챈들러는 "달러가 대부분의 통화와 비교해 오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머징마켓 통화 중에서 원화는 5번째로 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원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은 편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챈들러는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수의 이웃 나라들보다 더 높은데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은 느림보(laggard)"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선 미국, 유럽 등과 온도차를 보였다.
이러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수출 경쟁력을 고려해 원화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챈들러는 추측했다.
그는 "원화와 한국의 주요 산업 경쟁국들 통화 사이의 연관성을 봐야 한다"며 "올해 들어 일본 엔화는 20.3%, 원화는 14.1%, 대만 달러는 10.5% 각각 떨어졌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한국은행은 일본에 비해 상대적인 경쟁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원화 약세를 받아들이고 있을지 모른다"고 해석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약세는 "부분적으로 강달러를 반영한 현상이지만, 동시에 에너지 부족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동안 부풀려졌던 상품 수요의 약화 때문이기도 하다"고 챈들러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8월 무역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달러 초강세의 글로벌 충격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 중 하나라는 것이 챈들러의 견해다.
챈들러는 "한국이 강달러 때문에 크게 고생하고 있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며 "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보다 거의 3% 가까이 올랐다. 미국 경제가 상반기 후퇴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달러화가 드라마틱한 한국의 무역수지 악화 원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애초에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보다는 인플레이션이 극심하지 않았다며 "예를 들어 쌀은 밀처럼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30년 넘게 글로벌 자본시장에 몸담아온 챈들러 최고시장전략가는 HSBC와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에서 글로벌 통화전략 부문장을 지내고 2018년 외환거래 전문업체 베넉번글로벌포렉스에 합류한 월가의 대표적인 환율 전문가다.
지난 2009년 '달러 이해하기'를 포함해 여러 권의 관련 서적을 집필한 그는 뉴욕대 부교수와 버지니아대 방문교수로 재직하면서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통신, CNBC방송, CNN방송, 폭스비즈니스 등의 유력 매체와 자주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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