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외교' 예고한 유엔대사…"자유·인권 추구하며 연대 강화"
"한 편에 서지 않고 협력할 것…한국을 글로벌 중추국가로"
"유엔 정치적으로 분열된 측면 있지만 연대 의식도 강해"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강건택 특파원 = 제77차 유엔 총회를 앞둔 가운데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가치외교'를 예고했다.
지난 7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부임한 황 대사는 1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다자외교 무대에서의 방향성에 대한 지침을 확실하게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하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황 대사는 "윤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했기 때문에 우리의 당면한 지침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신냉전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서 한국이 추구할 '가치외교'가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자유와 인권 등의 가치 추구가 반드시 특정 국가나 진영과 각을 세우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황 대사는 "유엔이 정치적으로 분열된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연대해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다"고 전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을 국제사회가 직면한 대표적인 위기로 꼽았다. 이어 그는 77차 유엔 총회의 구호인 '분수령의 순간'을 언급, "이런 복합적인 위기 상황과 도전들은 국제사회가 함께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고, 모두 협력하고 단합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길로 간다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외교가 나아갈 길은 어느 한쪽 편에 선다는 것이 아니라 유엔 헌장과 보편적인 가치에 기초해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황 대사는 정부가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대폭 증액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중추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증액된 ODA 예산과 관련, "지구촌에서 도움이 필요한 각지에 한국이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수단을 확보한 것"이라며 "모든 나라가 ODA 예산을 감축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예산을 늘린 데 대해 국제무대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국제사회에서 비판이 고조된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문제를 묻자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국정철학의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과 특정국가의 특정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한다는 것은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경제·지리적으로 가깝고, 복잡하게 현안이 얽힌 중국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고려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황 대사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보편적 가치 차원의 입장뿐 아니라 한국도 당사자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쏟겠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고 개선 조처를 촉구하는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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