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실리콘밸리' 벵갈루루, 물난리에 마비…트랙터로 출근
부실한 배수 인프라 등이 피해 키워…SNS선 침수 상황 조롱 글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정보기술(IT) 도시 벵갈루루가 폭우로 인해 곳곳이 마비됐다.
7일(현지시간) NDTV 등 인도 매체와 외신을 종합하면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서는 최근 며칠간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일부 지역의 도로와 가옥 등이 침수됐다.
지난 5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130㎜의 비가 내리기도 했고, 봄만나할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1∼5일 예년 평균 강수량보다 서너 배 많은 비가 왔다.
벵갈루루가 속한 카르나타카주의 주총리 바사바라지 봄마이는 "도시 내 164개 호수 가운데 69곳이 넘쳤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 도로는 무릎이나 허리까지 물에 잠겼다. 고급 주택가에서는 벤틀리, 벤츠 등 고가의 승용차가 침수된 모습도 보였다.
지난 5일에는 20대 여성이 감전사하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벵갈루루에 자리 잡은 많은 IT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고, 일부 지역에는 휴교령도 내려졌다.
교통이 마비되면서 트랙터를 타고 출근하는 시민의 모습도 포착됐다. 트랙터는 고립된 주민 구조에도 투입됐다.
인도 등 남아시아에서는 지난 6월부터 몬순 우기가 시작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많은 비 외에 무분별한 도시 계획과 부실한 인프라 등이 벵갈루루의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인도 도시의 배수 시설이나 하천은 평소 주민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로 인해 상당 부분이 막혀있다. 이 때문에 조금만 비가 오면 순식간에 도로가 침수되곤 한다.
특히 벵갈루루는 지난 몇 년간 도시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했지만 무질서하게 건물이 들어선데다 배수 인프라도 적절하게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V. 라비찬데르는 BBC뉴스에 도시는 제멋대로 커졌는데 폭우 배수 시설은 줄었다며 "우리가 준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벵갈루루의) 개발 모델은 자연의 등고선을 존중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군병력 등을 투입해 배수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벵갈루루 고위 간부인 투샤르 기리 나트는 "물에 잠긴 지역은 벵갈루루 800㎢ 지역 가운데 5∼6㎢에 불과하다"며 "보트 20척과 펌프 등을 동원해 주민 대피와 배수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인도가 자랑하던 첨단 도시가 며칠간의 폭우로 순식간에 마비된 상황에 대해 SNS를 통해 조롱하기도 했다.
이들은 차량공유 기반 택시서비스업체인 우버의 예약 화면 내 차량 이미지를 보트 등으로 바꾸기도 했다.
물에 잠긴 집안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풀 빌라'에 빗대며 냉소한 네티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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