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에 경찰관…美소도시 총기난사 악몽 속 떨리는 개학날
유밸디 인근 학교 뒤늦게 새학기 등교…울타리 높이고 경찰관 배치
당시 21명 숨진 학교는 여전히 폐쇄…전학·온라인 수업 대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에서 석달 전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등학교 총기 난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학기가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CNN·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텍사스 유밸디에서는 평소 같으면 활기찬 분위기에서 시작됐을 신학기였겠지만 6일(현지시간) 여름방학을 끝내고 다시 문을 연 학교에서는 사뭇 다른 개학날 풍경이 연출됐다.
학부모들은 경찰관이 지키는 교문 앞에 아이를 내려주면서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학교에서 차마 떠나지 못하고 울타리 사이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텍사스주 다른 지역 초등학교는 대부분 지난달 중하순 일찍이 개학을 맞았지만 유밸디 지역의 학생들은 이날 조금 늦게 신학기를 시작했다.
5월 24일 유밸디 학교 중 하나인 롭 초등학교에서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가 총기를 난사해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목숨을 잃은 지 석 달여만이다.
당시 경찰이 70여 분 동안 상황을 방관하면서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사건은 교내 안전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드러난 계기이기도 했다.
교내 규정과 달리 출입문이 잠겨있지 않아 외부인 출입이 가능했고 학교를 둘러쌌던 1.5m 높이의 울타리는 성인 남성이었던 범인이 넘나들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에 유밸디 지역 학교들은 보안 조치를 강화하느라 개학 시기를 늦췄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교는 2.4m에 달하는 철제 울타리를 새로 설치했고, 캠퍼스마다 경찰관을 5명씩 두거나 교내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는 추가 인력을 배치했다.
유밸디 교육구는 학교전담경찰관 10명을 새로 고용하고 보안카메라 500대를 추가 설치했다. 또 교내 상담교사를 추가로 배치하고 교직원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극복 훈련을 하기도 했다.
단 사건이 일어났던 롭 초등학교는 현재 문이 굳게 닫힌 상태로 향후 폐쇄될 예정이다.
지난 6월 할 해럴 유밸디 교육감은 사건이 일어난 학교를 더는 운영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롭 초교에 다녔던 재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등굣길이 두려운 학생은 아예 홈스쿨링이나 온라인 수업에 등록했다. 아예 다른 지역으로 떠난 가족도 있었다.
당시 사건으로 딸을 잃은 킴벌리 루비오는 남은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해 마당 일을 하며 일부러 바쁘게 지낼 것이라고 했다.
아직 트라우마에 시달려 등굣길에 오르지 못한 학생도 있다.
학부모 글래디스 카스티온은 당시 롭 초교 재학생으로 총기난사를 목격한 딸이 아직 힘들어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지금도 아침에 울면서 깨고 집 밖을 나서기 두려워할 정도라고 했다.
카스티온은 "딸은 그 일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얘기한다"며 "딸이 준비될 때까지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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