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랑하면 신고해야' 외국인의 서안 출입규정 철회
팔레스타인 주민과 애정관계 30일 내 신고 의무화…국내외서 논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외국인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의 애정 관계까지 신고하도록 했던 이스라엘의 새로운 외국인 방문 및 거주 규정을 논란 끝에 철회됐다.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민간협조관(COGAT)은 4일(현지시간) '외국인의 요르단강 서안 방문 및 거주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발표하고, 다음 달 20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애초 COGAT이 5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가이드라인의 일부 규정에 인권 침해 등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서둘러 규정을 바꾼 것이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았던 규정은 서안의 점령지에서 외국인과 팔레스타인 주민이 애정 문제로 얽혔을 때 신고 의무다.
외국인이 팔레스타인 주민과 '진지한 애정 관계'를 맺게 된 경우 관계 시작 30일 이내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COGAT은 진지한 애정 관계 시작의 예로 결혼, 약혼, 동거 등을 제시했다.
또 기존 가이드라인에는 팔레스타인 주민과 결혼한 외국인은 27개월 후 서안을 떠나야 하며, 다시 비자를 받으려면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이 밖에 외국인의 비자 연장 기간을 90일로 제한하고, 팔레스타인 대학의 외국인 학생 및 강사 쿼터도 각각 150명과 100명으로 제시했다.
이들 규정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이스라엘이나 유대인 정착촌에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명백한 차별이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고, 외국인의 방문 및 거주 의지를 꺾어 팔레스타인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다고 우려도 제기됐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하모케드의 제시카 몬텔 국장은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사회를 외부 세계와 단절시키는 새로운 규제를 제안했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도 문제의 규정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COGAT은 애정 관계 신고 및 학생·강사 쿼터 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외국인 비자 연장 기간도 180일로 늘려 제시했다.
COGAT은 "시험 운영 후에 상황을 평가해 현행 규정을 유지할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