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이미지가 사라졌다"…삼성·LG 추격하는 중국 가전들
하이얼 등 中기업들 'IFA 2022' 대거 참여…프리미엄 제품으로 도전장
"TCL, 한국 LCD TV 기술력 90% 따라와…가격·화질 경쟁력 상당 수준"
(베를린=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원래 중국 가전 기업 전시장을 가보면 제품들이 촌스러워서 중국 제품인지 바로 알았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확실히 세련됐다는 느낌이 든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9.2~6)에서 중국 기업들의 전시장을 둘러본 한 국내 가전기업 임원의 평가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시장은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기업들이 주도해 온 분야다. 기존 중국 업체들은 품질이 떨어지지만 저렴한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가전 사업을 벌여왔는데 올해 IFA에선 프리미엄 제품군을 대거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기술력 측면에선 중국 기업들의 실력이 삼성·LG보다 아직 한 수 아래이지만, 추격 속도가 거세지면서 기술 격차도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IFA에는 중국 최대 가전기업 하이얼과 중국 최대 TV 회사인 TCL을 비롯해 총 220여개의 중국 기업이 참가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고강도 방역 정책 등으로 이전보다 참가 기업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중국 기업들은 올해 IFA 참가 기업의 약 20%를 차지했다.
전시회장인 '메세 베를린'의 메인 출입구에는 하이얼의 현수막이 걸렸다.
메세 베를린 3관에 대형 전시공간을 차린 하이얼은 올해 IFA 전시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청소기 등 주요 가전제품들을 대거 전시했다.
비록 삼성전자, LG전자만큼은 아니었지만, 하이얼 전시장은 신제품 실물을 확인하러 온 외국인 관람객들로 종일 북적였다.
특히 하이얼이 내놓은 와인셀러와 사물인터넷(IoT) 기반 냉장고, 스타일러, 무선청소기 등 프리미엄 제품군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한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하던 하이얼이 인테리어 가전이나 신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며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품의 마감 상태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아직 한국 기업들을 추월하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TV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중국 내 최대 TV 기업 TCL은 기존 LCD TV 성능을 개선한 제품인 미니 LED TV를 중심으로 IFA 전시장을 꾸렸다.
최근 TV 업계 불황 속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초고화질·초대형 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해온 시장인데 TCL은 올해 IFA에서 136인치(대각선 길이 약 345㎝) 4K 미니 LED TV 신제품을 공개하며 한국 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LG전자에 이어 글로벌 TV 시장 3위 기업인 TCL은 출하량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예상 TV 출하량은 삼성전자 4천130만대, LG전자 2천580만대, TCL 2천450만대, 중국 하이센스 2천140만대 수준이다. 2위 LG전자와 3위 TCL 간의 출하량 격차가 100만여대 수준까지 좁혀진 것이다.
중국 가전 기업들의 빠른 성장세에 대해선 국내 기업들도 대체로 인정하는 모습이다.
LG전자 TV CX담당 백선필 상무는 3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진행된 국내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LCD TV만 놓고 보면 TCL과 하이센스는 우리의 90%까지 따라왔다"며 "가격과 화질 경쟁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 상무는 "최상위급 제품이 아닌 일반 4K TV는 사실상 동등 수준이라고 평가할 만큼 TCL이 성장했다"며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TV 외관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관점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이미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격차를 지키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사용자 경험에서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는 TCL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올레드 TV 사업을 더욱 강화하며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백 상무는 "올레드 TV는 아직 기술 격차가 있어 중국 업체들이 잘 만들지 못하고 있고, 따라오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LG전자는 올해 IFA 전시에서 세계 최대인 97형(246㎝) 올레드 TV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다만 고객들의 시청 경험과 수익성 등을 고려해 97형 제품을 마지막으로 100형 이상의 제품은 출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백 상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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