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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재계 잇단 '석연찮은 죽음'…공통점은 에너지기업 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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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재계 잇단 '석연찮은 죽음'…공통점은 에너지기업 거물
올해만 최소 8명 사망…절반이 러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 연관
일부 '극단적 선택' 무게에도 주변 지인 "타살 의심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올해 러시아에서 에너지 업종 거물들이 극단적 선택이나 의문의 사고로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에만 에너지 거물 최소 8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6명은 러시아 대형 에너지 기업 2곳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4명은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과 그 자회사, 나머지 2명은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가스기업 루크오일 출신이다.
1월 30일 가스프롬 투자 자회사에서 운송 부문 책임자를 맡았던 레오니드 슐만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사기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러시아 국영 RIA노보스티 통신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고 수사관은 자살로 보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다음 달 25일에는 가스프롬의 고위 간부였던 알렉산드르 튜라코프가 자택 차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그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4월 18일엔 가스프롬 자회사인 가스프롬뱅크의 부회장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가 모스크바에서, 그다음 날엔 가스프롬이 투자한 러시아 2대 가스기업 노바텍의 전임 최고경영자인 세르게이 프로토세냐가 스페인에서 각각 가족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모두 가족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거나 그런 방향으로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주변 지인들은 모두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를 떠난 가스프롬뱅크의 전 임원은 CNN에 "아바예프는 프라이빗 뱅커(PB)로 VIP 고객의 큰 자금을 굴리는 일을 했다"라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가 뭔가를 알게 돼 위험을 초래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프로토세냐의 아들은 현지 경찰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부친의 타살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4명이 연관된 가스프롬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알렉세이 밀러가 이끄는 회사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을 주도하며 러시아의 전비를 충당하고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이사회 의장이 이달 1일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추락사한 것이다.
루크오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 초 성명을 통해 전쟁을 비극으로 표현하면서 휴전과 대화를 촉구해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바 있다. 그 다음 달 바기트 알렉페로프 회장이 사임했다.
마가노프 의장은 심장마비 이후 병원에 입원 중이었으며, 우울증 약도 복용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익명의 사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마가노프 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그가 자살했을 개연성이 매우 작다는 마가노프 의장 지인 2명의 주장을 전했다.
미 NBC뉴스는 마가노프 의장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비슷한 의문의 추락사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작년 11월 러시아 외교관이 독일 베를린 대사관에서 떨어져 사망했고, 2018년에는 러시아 군부의 부패를 파헤친 탐사 전문기자인 막심 보로딘이 자신의 집에서 추락사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와 함께 루크오일에서 고위 간부를 맡았던 알렉산드르 수보틴도 5월 무속인을 방문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 태생 러시아 에너지 억만장자 미하일 와트포드가 2월 28일 영국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또 다른 러시아 재계 거물 바실리 멜니코프는 3월 말 러시아에서 가족과 함께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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