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뚫고 자포리자 찾은 IAEA 수장…"원전 무결성 훼손"(종합2보)
포격으로 도착 지연, 사찰 도중엔 "기관총·박격포"…러·우크라 책임 공방
조사관 5명 남아 사찰 지속…젤렌스키 "러, 원전에 해외언론 접근 막아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김동호 기자 =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핵 재난을 막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1일(현지시간) 원전 현장에 도착해 사흘 일정의 임무에 착수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유엔 기구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교전 지역의 핵사찰 방문에 동행했다. 전장 한복판에 있는 원전에 대해 국제사회가 얼마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AFP, 로이터, 타스 통신 외신등에 따르면 이날 그로시 사무총장을 포함한 사찰단은 원전 현장에 도착,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 대표단과 함께 현장을 확인했다.
사찰단은 이날 오전 발전소에서 약 55㎞ 떨어진 우크라이나 영토 자포리자 시에서 출발했으며 원전 주변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포격을 피해 예정보다 약 3시간이 지연됐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우여곡절 끝에 수 시간에 걸쳐 원전 시설을 둘러본 후 취재진과 만나 "많은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필요한 것들을 확인했다"며 "원전의 물리적 무결성이 여러차례 훼손된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다 벌어진 일인지, 아니면 고의적인지 평가할 단서는 없다"면서도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마치 현장에 파견된 기자처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발전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여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 영상에서 "원전 시설을 처음으로 둘러보고 필요한 핵심 구역을 모두 확인했다"며 "할 일이 많이 남았고 IAEA 사찰단이 이곳에 지속해서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36주년인 지난 4월에도 당시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는 체르노빌을 방문했었다.
하지만 자포리자는 원전 부근에서 양측의 교전이 한창인데다 이미 포격으로 발전소 건물 지붕이 뚫리는 등 일부 시설이 파괴돼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이 고조된 상태라는 점에서 'IAEA 사상 가장 위험한 사찰 임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사찰단이 원전에서 약 20㎞ 떨어진 우크라이나 측 검문소에 도착한 뒤에도 포격 상황이 진정되기까지 한동안 기다려야만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도 이날 시설을 둘러보는 와중에도 기관총과 박격포 소리가 두세번 들렸다면서 "원전 주변에서 교전이 벌어지더라도 IAEA의 사찰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향해 "IAEA의 사찰을 방해하려는 목적"이라며 공격 책임을 떠넘겼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단 현장에서 철수했으나, 사찰단 전체 14명 중 5명은 현장에 남아 이달 3일까지 사찰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측 현지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8∼12명이 현장에 머물 것이라고 전했다.
로사톰 대표단은 사용후 핵연료 보관시설, 원자로에서 불과 수십~수백m 떨어진 곳에 떨어진 불발탄이 우크라이나의 우라간 로켓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포격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럽 모두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네르고아톰은 "사찰단이 마침내 현장에 도달한 것만으로도 벌써 성공"이라면서도 "자포리자 원전의 비무장화를 이룬다면 임무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정례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가 IAEA의 자포리자 원전 사찰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은 전세계가 진실을 볼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와 해외 기자들이 사찰에 동행하도록 허락했으나 러시아 점령군이 이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찰은 객관적인 결론에 도달해야만 하고, 원전 지역이 비무장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josh@yna.co.kr,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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