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파키스탄, 이젠 콜레라 등 전염병 공포 확산
비 잦아들었지만 위생환경 열악…홍수 오염 물 마시기도
전문가 "500만명 감염될 수도"…임신부 65만명 상황도 다급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악의 몬순 우기 홍수가 덮친 파키스탄에서 이번에는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 창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계속된 폭우는 최근 잦아들었지만, 홍수로 물이 오염되는 등 위생 환경이 극도로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북서부 도시 차르사다에서 의료 지원 활동을 하는 의사 파르하드 칸은 "우리는 처음에는 부상자를 받았지만, 지금은 설사병이 흔하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차르다사가 속한 카이버·파크툰크와주는 이번 물난리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문제는 카이버·파크툰크와주 뿐만 아니라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남부 신드주 등 피해지역이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파키스탄 정부 측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길 정도로 피해가 크다며 3천300만명이 홍수로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약 50만명은 구호캠프에 수용됐지만 이재민 대부분은 도로와 고지대 등 노천의 엉성한 간이 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화장실이 없고 식수마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이재민들은 극심한 설사병,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피부병 등 온갖 전염병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실정이다.
최근 신드주의 홍수 피해 현장을 살펴본 수질개선 국제지원기구 워터에이드(WaterAid) 파키스탄 지국장인 아리프 자바르 칸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재민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홍수 물을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 4∼12주 후엔 약 500만명이 병에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파키스탄의 홍수 상황을 최고 수준의 비상 사태로 분류했다.
카이버·파크툰크와주 대변인인 캄란 방가시는 이재민 대피가 마무리 지어지면서 식량과 식수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수인성 질병의 창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방가시 대변인은 주 내 많은 지역에서 이미 수백명이 관련 질병에 걸렸다며 "홍수 피해를 입은 그들이 또 고통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와중에 이번 홍수로 의료시설 880여곳이 훼손되면서 질병 치료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안 그래도 열악했던 의료 인프라가 더 망가지면서 임신부들의 처지도 다급해졌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홍수 피해 지역의 임신부 수는 약 65만명에 달한다.
UNFPA는 "다음 달에 출산할 이들이 7만3천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숙련된 조산사나 유아 간호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마다 남아시아에서는 6월부터 9월까지 계절성 몬순 우기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데 올해 파키스탄의 상황은 국가적 재앙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난 석 달 우기 동안 누적된 사망자 수는 약 1천200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가옥 100만여채가 부서졌고 수많은 도로와 다리도 끊어졌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 최악의 홍수까지 만난 파키스탄은 이번 재난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 상태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이번 홍수는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이라며 "전국에서 훼손된 인프라를 복구하려면 100억달러(약 13조5천억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엔(UN) 등 국제기구와 미국, 중국,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한국 등 각국도 긴급 자금과 구호 물품을 보내는 등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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